배과수원 '매미와의 전쟁' 치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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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배과수원 농가를 운영하는 강권태(52.전주시 덕진구 원동)씨는 요즘 '매미와의 전쟁' 을 치르고 있다.

최근 비정상적으로 수가 늘어나 이를 없애지 않으면 과일 수확에 적지않은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살충제 사용도 어려워 강씨는 물론 온가족이 동원됐다.

매미는 배 나무에 붙어 수액을 빨아 먹는다. 예년에는 나무 한그루에 1~2마리 밖에 안돼 크게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지만 올해는 이야기가 다르다. 한그루에 최소한 10마리 이상 달라 붙어 입과 가지가 말라죽고 있다.

강씨는 "농약을 뿌려도 죽지 않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한마리 한마리 손으로 잡고 있다" 고 말했다. 전주를 비롯, 정읍시.완주군 등지의 배 과수원에 매미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매미가 서식하기 좋은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수가 크게 불어난 후 과수원으로 몰려 들었기 때문이다.

전북농촌기술원이 조사한 피해 농가는 20곳을 넘었다. 매미의 종류는 지난해에는 보기 드물었던 '털매미' 로 다른 종류보다 배나무에 타격도 더 크다.

한그루당 마리수도 지난해보다 5배 이상 많다.

매미들이 앉았던 나무가지에 생긴 구멍에서 수액이 밖으로 흘러, 배에 영양분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성장 부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배의 평균 크기는 직경 5㎝였으나 올해는 3~4㎝에 불과하다.

그러나 매미를 잡는 농약은 따로 없다. 기존의 해충약을 쓰는데 매미들은 내성이 강한데다 독한 약냄새를 맡으면 곧바로 도망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전북농촌기술원 박용두(朴容斗)지도사는 "매미로 인한 과수농가들의 피해가 확인됐으나 마땅한 농약이 없어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라고 말했다.

전주=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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