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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일꾼 4000명 물갈이, 내고장 명운이 달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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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호 20면

2010년 지방선거의 해가 밝았다. 1995년 민선 지방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시작된 이래 다섯 번째다. 지방선거는 총선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세금을 절반이나 집행하는 서울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 그리고 시장·군수·구청장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총선도 중요하지만 지방선거는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물을 뽑는 선거란 얘기다. 또 서울시장등 광역단체장 선거는 차세대 리더를 뽑는 선거인 동시에 선거 결과에 따라 차차기 대권의 향배를 미리 점쳐 볼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광역의원, 기초의원 그리고 교육감과 교육위원 등도 지방선거에서 선출되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여덟 장의 투표 용지에 기표를 해야 한다.

선택 2010 6·2 지방선거

선거일은 6월 2일이다. 이날 전국 4000명에 가까운 내 고장 일꾼을 뽑는다. 이 중 선출되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수는 지난 선거를 기준으로 230명이다. 이들의 힘이 막강해 ‘지방의 소통령’ 혹은 ‘지방 CEO’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지방 CEO들은 ▶공무원의 인사권 ▶예산 편성권 ▶인허가권 ▶지도 단속권 ▶조례 발의권 등 생활과 직결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지방 CEO들은 우리의 귀중한 세금을 관리한다. 담배 한 갑을 살 때마다 내는 담배세, 승용차를 가지고 있으면 내야 하는 자동차세, 골프나 콘도 회원권을 살 때 내는 취득세 등이 구세·군세·시세(지방자치세)로 빠져나간다. 인사권도 막강하다. 성남시장의 경우 2000명이 넘는 공무원의 승진과 보직 결정, 징계권을 갖는다. 지방CEO는 한 해 살림살이를 짜는 예산 편성권도 가졌다. 독거노인에게 연탄 한 장을 날라주는 일이나 도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일도 단체장의 몫이다. 건축물에 대한 인허가권은 기초단체장에게 더 큰 힘을 실어준다.

지역 헌법으로 통하는 조례를 제정하거나 고치도록 발의하는 일도 단체장의 권한이다. 이를 통해 재산세를 내리거나 올리기도 한다. 실제 지방 CEO가 누구냐에 따라 각 고장의 발전이 좌우된다. 전남 함평군의 경우 이석형 군수가 부임한 후 나비를 상품화해 지역을 활성화시킨 대표적인 경우다. ‘함평 나비축제’는 지역 축제의 대명사가 됐다. 양대웅 서울 구로구청장의 경우는 낙후한 이미지의 구로공단을 IT 벤처기업 단지로 인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반면 민선 4기(2006년 지방선거 때 당선) 시장·군수·구청장 230명 가운데 36명(15.7%)은 각종 비리에 연루돼 자리에서 물러났다. 26명은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됐고, 나머지 10명은 수사 또는 재판 과정에서 사직했다. 기초단체장 한 명을 잘못 뽑으면 내가 사는 고장이 ‘비리 고장’이란 오명을 쓰기 십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선거는 매번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치러진다. 그래서 정권마다 지방선거는 중간평가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거기다 미래 권력을 향해 뛰는 주자들에게는 지방선거가 그들의 행보에서 디딤돌 혹은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거취가 관심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선거 유세에 나서지 않았던 박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선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특히 한나라당에서는 정몽준 대표 체제가 출범한 이후 조기 전당대회론이 끊이지 않고 있어 박 전 대표가 조기 전당대회가 열린다면 당권에 도전한 후 지방선거에 나설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권에선 당 밖에 있는 강자들의 거취가 관심이다. 지난 10월 재·보선에서 영향력을 보여주고 다시 춘천으로 칩거에 들어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지방선거 전에는 여의도 정치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4월 재·보선에서 공천 문제로 정세균 대표와 갈등을 겪어 탈당한 무소속 정동영 의원도 정 대표와의 관계가 편치 않지만 결국 지방선거 전에 당으로 복귀하리란 전망이 많다. 당을 이끌고 있는 정세균 대표도 지방선거 전에 야권 대통합을 이루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대선 주자의 면모를 갖출 수 있다는 꿈을 일궈가고 있다. 지방선거는 그들이 넘어야만 할 대선 가도의 첫 고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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