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최정례 '돌멩이 돌멩이 돌멩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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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저 끝, 아주 먼 곳에

내가 생각하는 네가 있지

돌멩이 돌멩이 돌멩이

웅크린 돌멩이에게

거기까지 도저히 갈 수는 없지

그가 하는 말 전혀 알아들을 수 없지

귀 속에서 쟁쟁쟁 종만 때리지

유리창에 소리없이 금이 가고

묵묵부답이지

그 곳까지의 거리

그 끔찍한 내면의 거리

다리도 없고 길도 없고

딱딱한 무언의

접근하고 하나가 되는 것을 막는

거부가 있을 뿐이지

- 최정례(45) '돌멩이 돌멩이 돌멩이' 중

돌멩이는 눈이 없다. 귀가 없다. 입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너는 돌멩이다. 생각을 아무리 멀리 보내도 다다르지 못하는 곳에 너는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돌멩이로 웅크리고 있다. 너 또한 내게 오는 다리도 길도 없다. 이 막막한 거리를 이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사랑이라는 것, 굳이 밝히지 않아도 우리는 알지. 왜 시인이 돌멩이를 입속으로 자꾸 뇌까리는지를.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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