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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빙자간음죄 위헌 이후 재심 통해 첫 무죄 판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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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혼인빙자간음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30대가 재심을 청구해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혼인빙자간음죄 처벌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이후 처음으로 무죄 판결이 나온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0부는 결혼할 것처럼 속여 여성 2명과 성관계를 맺고 폭행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6월형이 확정된 박모(31)씨에게 혼인빙자간음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이미 3년4개월 동안 수감됐던 박씨는 이 판결로 석방됐다. 재판부는 “위헌 결정으로 형벌에 관한 법률 조항이 그 효력을 잃었을 때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폭행 혐의에 대해선 기존 판결대로 유죄로 인정한 뒤 “박씨에게 전과가 있는 점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2006년 조모(27)씨 등 여성 2명에게 각각 결혼하자고 거짓말을 한 뒤 성관계를 맺고 폭행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07년 확정 판결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개인의 내밀한 성생활 영역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라는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위헌 결정을 했다. 이후 현재까지 전국 법원에는 44건의 재심 청구가 접수됐다. 형벌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나올 경우 해당 조항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이 확정된 사람은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 재심은 원심 판결을 내린 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예를 들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뒤 항소·상고가 기각됐다면, 1심 법원에 재심 청구를 하면 된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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