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 등 고전발레 막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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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여름은 원래 무용 공연 휴식기다. 저 멀리 러시아에서 건너온 아이스발레가 아니라면 대규모 발레공연 한편 관람할 기회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예술의전당 등 대형 공연장들의 여름휴관을 핑계삼아 발레단들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대표적 고전발레 두편이 8월 무더위를 가르며 동시에 막이 오른다.

유니버설발레단(UBC)의 '백조의 호수' (8월 9~13일 리틀엔젤스 예술회관)와 광주시립무용단의 '잠자는 숲 속의 미녀' (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항상 펼쳐지는 '호두까기 인형' 과 함께 3대 걸작 고전발레로 꼽히는 두 작품이 한여름에 관객과 만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모두들 도심 밖으로 떠나는 바캉스 시즌에 단원 전체가 출연해야 하는 대작을 올리는 것이 발레단으로써는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UBC 관계자는 "여름공연은 일종의 모험" 이라면서도 "이번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매년 여름공연을 정례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고 말했다.

일단 반응은 좋은 편이다. UBC의 12일 공연은 전석 매진됐고, 학생 단체예매로 벌써 8백장 이상 팔렸다.

방학에 열리는 공연이니만큼 타깃을 청소년들로 잡아 정기공연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싼 티켓 가격을 내세운 것도 티켓 판매에 큰 기여를 했지만 잘 알려진 고전발레 레퍼토리로 프로그램을 짠 것이 호응을 얻고 있는 주된 이유다.

'백조의 호수' 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발레의 대명사' . '고전발레의 아버지' 인 마리우스 프티파의 원안무를 이번 공연에서는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개정안무로 선보인다.

UBC의 1998년 미국 순회공연 당시 무대에 올려 뉴욕 타임스로부터 '서구 유명 발레단을 부끄럽게 할 정도의 놀라운 수준' 이라고 격찬받은 작품이니만큼 기대를 걸어도 좋을듯 싶다.

UBC출신으로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강예나씨가 10일 오데트 역으로 미국 진출 이후 처음 국내 관객과 만날 예정이며, 전은선.임혜경.김세연씨가 각기 다른 오데트로 색다른 매력을 발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역시 마리우스 프티파와 차이코프스키가 함께 어우러낸 명작.

솔리스트만 30명 이상 필요하고 단원수 역시 적어도 80명이 넘어야 하는 대작이라 국내에서는 94년에야 UBC가 처음으로 전막을 소화해낸 고난도 작품이다.

지방 유일의 직업발레단인 광주시립무용단은 지난 4월 광주에서 처음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렸고, 이번에 서울에서 그 실력을 펼쳐보인다.

서울 중심적인 풍토 속에서 광주시립무용단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관심사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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