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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사이버 여론조작' 해명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제주도청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에 환경단체.언론을 음해.비방하고 송악산 개발사업의 강행을 주장하는 글이 게시되기 시작한지 한달을 훨씬 지났다.

이 사이트에는 '근거없는 비방은 삭제될 수 있다' 고 밝히고 있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그런 케이스에 해당되는 익명의 욕설.비방 글들이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11일 담당공무원에게 게시자 확인을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게시자가 반발할 우려, 개인정보 보호, 보안상 이유 때문이란게 답변이었다.

그런 글은 기묘하게 위법성 소지등을 이유로 제주지법에 의해 제주도의 송악산 개발사업승인효력 정지결정이 내려진 지난달 5일이후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이미 환경단체등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한 사안이었다.

그로부터 며칠뒤 제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반의 중간수사결과는 그런 글의 발신지중 다수가 도청내부에서 올려진 사실을 확인했다.

6월 한달에만 17건의 글이 '대정청년' 등 주민으로 위장한 의견이었다.

'사이버여론조작 의혹' (중앙일보 7월13일자 29면)이 보도되자 이번에는 해당사이트에 자수자가 등장했다.

자신을 송악산개발 사업자측 회사원이라고 밝힌 그는 "일부 글은 도청 로비의 민원인PC로, 일부는 직원(담당 공무원)의 양해를 얻어 (도청업무용) PC로 올렸다" 고 적었다. "수사에 협조하겠다" 며 자신의 이메일주소와 연락처도 남겨놓았다.

그 말대로라면 어이없는 현실인 셈이다. 보안을 금과옥조처럼 내세운 공무원이 개발업자에게 자신의 PC를 통째로 내줬다는 소리다. 그것도 각종 공문과 기밀사안으로 가득했을 PC다.

" '말맞추기' 에 나선 것 같다" 는게 경찰의 판단이다.

"주민을 가장해 여론조작따위나 일삼는 도정(道政)이라면 한 자치공동체로 인정할 수 없다. 이건 도덕성의 문제다." (제주경실련 강원철 사무처장)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명예훼손등 범죄행위야 경찰이 해결할 일이지만 특정사안을 의도적으로 유리한 쪽으로 끌고갔다는 의혹은 제주도청 스스로 해명해야 할 문제다.

양성철 전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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