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지방의회] 대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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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방의회 3기 후반기. 시간상으로는 이미 걸음마 단계를 지났다.

하지만 의장선거 부정 등 최근 불거지고 있는 갖가지 행태들을 보면 지방의회의 존재의미에 대한 개념정립도 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다.

최근 지방의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중심으로 광역단체별 허와 실을 시.도별로 점검해본다.

◇ 공(功)〓대전시의회는 지난 1998년말 대전시에 대한 행정사무 감사를 통해 대전시가 발주하는 공사의 50% 이상을 의무적으로 지역업체에 맡기는 제도를 만들라고 촉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밑바닥을 헤매고 있던 건설업을 살려야 지역경제의 숨통이 트인다는 게 기본 발상이었다.

시의회의가 이렇게 나온 탓인지 대전시가 지난해 계약한 자체발주 건설공사에서 외지업체대비 지역업체 수주율이 57%로 올라갔다. 전년도보다 16% 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대전시의회는 또 최근 공인회계사등 6명을 동원, 대전시및 시교육청에 대한 지난해분 결산검사를 벌여 여러가지 문제을 밝혀내 해당기관을 긴장케 했다.

결산검사 결과 시의 경우 영수증도 업무추진비를 지출한 경우가 허다했는가 하면, 조례나 법령의 근거도 없이 세계과학도시연합(WTA.대전시 주도로 98년 발족된 국제기구)에 11억여원을 출연했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시의회가 없을 때는 아무도 시비걸지 않았던 일들이다.

이처럼 17명의 대전시의원들이 지난 2년간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며 '무보수 명예직' 으로 시민들을 위해 한 일은 결코 적지 않다.

단지 대부분의 시민들이 체감하지 못했을 뿐이다. 시의회는 시민들과 보다 신 속하게 접촉하기 위해 지난 3월 자체 홈페이지(http://council.metro.taejon.kr)도 개설했다.

그 결과 요즈음엔 하루 평균 50여명의 시민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의원들과 상담.대화를 한다. 대전시의회가 최근 펴낸 자료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 2년간 조례안 1백91건을 비롯, 청원.의견청취등 총 3백79건의 각종 안건을 처리했다.

◇ 과(過)〓하지만 아직도 의원들의 전반적인 자질 부족.소(小)지역이기주의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전시는 산하 5개 구 가운데 일부 구청의 불만을 수렴, 지난 1989년 자치구제 실시 이후 한번도 개정되지 않은 '자치구 재원조정에 관한 조례' 를 바꿔 주도록 관련 조례개정안을 지난해 9월 대전시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재원 배분을 둘러싸고 의원들 사이에 이견차가 커 결국 이 조례안은 아직까지 처리가 유보돼 시와 구청 관계자들의 애간장만 태우고 있다.

또 지난 12일에는 대전시의회 남용호전의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대전 서구의회 의원 2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남씨는 대전시의회의장이던 지난 98년 당시 민간 청소용역업체 사장이던 김모(45)씨로부터 "현재 대전시 산하 도시개발공사가 단독 대행중인 생활쓰레기 처리업무를 민간업체가 맡을 수 있게 해달라" 는 부탁과 함께 김씨로부터 로비자금 9천여만원과 상품권등을 받은 뒤 이들 중 일부를 이헌구 서구청장과 구의원들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서구의회는 98년 21월21일 소속의원 21명 중 16명의 발의로 구청장을 상대로 하는 '쓰레기 수거.운반대행사업 민간위탁 촉구건의안' 을 채택, 대행업체 로비가 상당한 '효과' 를 발휘했음을 입증했다.

◇ 대책〓올해 대전시의회및 산하 5개 자치구의회의 운영비(직원 인건비 포함)는 총 78억6백만원. 의원 정수가 92명이므로 의원 한사람을 유지하는 데 연간 8천4백80만원이라는 '적지않은' 예산이 든 셈이다.

이와 관련, 일부 공무원과 시민들 사이에선 "의장선출 비리.해외연수 파문등이 끊이지 않는 지방의회를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 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육동일(46)교수는 "지방의원을 매도만 할것이 아니라 중앙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책임과 함께 권한을 대폭 주고, 주민들도 지방자치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고 말했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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