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측 명단 내용과 공개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16일 판문점을 통해 이뤄진 방문단 후보 2백명 명단교환으로 남북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본궤도에 올랐다.

1985년 9월 각 50명의 이산가족 방문단을 한차례 교환한 이후 중단됐던 당국합의에 의한 상봉이 15년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 북측 명단 어떻게 짜여졌나〓북한측 명단에는 이름.성별.연령.출생지.본적지와 함께 헤어질 당시 주소.직장 직위가 밝혀져 있으나 신청자의 현재 직업은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신청자 대부분을 고향이 남쪽인 월북자만으로 채웠다. 정부관계자는 "대개 자의에 의해 월북해 살다가 퇴직한 '성분좋은 사람' 을 대상으로 택했을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1차 조사결과 북한 고위층이나 유명인사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고 밝혔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만나기를 희망하는 '상봉대상의 자료' 란에 담긴 인적사항. 북측 명단에는 '가시아버지.어머니(장인.장모)' '훗아버지.어머니(계부.계모)' 라는 생소한 호칭도 나온다.

5~8명의 가족.친지는 물론 사망했거나 1백세가 넘은 부모까지도 연령과 헤어질 당시의 주소.직업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예상보다 상세한 자료내용 때문에 주민전산망 조회를 통해 비교적 쉽게 생사나 주소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당국자는 판단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1백40명으로 가장 많고 70대가 56명, 80대는 4명이었다. 북측은 남측 명단과는 달리 50대는 상봉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고령자 위주로 구성했다. 성별로는 남자가 1백82명, 여자가 18명으로 나타났다.

또 출생지역 별로는 경북이 32명으로 서울(28명)보다 많았고 ▶전남(24명)▶경기(23명)순이었다. 헤어질 당시 서울대 문리과대학 의학예과 학생이던 정정대(71세)씨는 유일하게 해외(일본 도쿄)에서 출생한 것으로 밝혀왔다.

◇ 남북한 생사확인 절차〓남북한은 오는 26일 8.15이산방문단에 참여할 이산가족 1백명의 명단을 최종 교환한다.

생사확인 작업을 거쳐 1백명을 추려야 하고, 모자랄 경우 보충 명단을 재차 교환해야 하므로 시간이 촉박하다.

당초 비공개리에 생사.주소확인 작업을 벌이려던 정부와 한적측이 15일 긴급 대책회의에서 언론에 이를 공개키로 방침을 바꾼 것도 신속한 확인작업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통일부와 한적측은 16일 북측명단을 이산가족 정보통합센터의 전산자료를 통해 검색작업에 착수했다.

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전산망은 물론 서울과 각 지방의 경찰청을 통해 생사.주소확인에 들어갔다.

빠른 확인을 위해 국가정보원 등 관계기관도 나서고 있다.

물론 정부가 명단을 언론에 공개, 북한의 가족과 만나기를 원치않는 경우 곤혹스런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 북측에서 남편이나 부인과의 상봉을 요청해 왔지만, 이미 중혼(重婚)을 했거나 관련사실을 숨기고 생활해 온 경우 가족간 갈등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한적측은 이를 감안해 본인과 개별 접촉한 뒤 상봉을 원치않으면 북한에 '소재확인 안됨' '상봉 불원(不願)' 등으로 통보할 계획이다.

북측은 우리가 보낸 명단을 사회안전성(경찰)에 설치된 주소안내소의 자료를 확인해 생사확인 작업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측에서는 우리측이 보낸 후보 2백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향후 일정〓통일부와 한적은 오는 22일까지 일단 생사확인 작업을 끝낼 예정이다. 그러나 1백명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북한측과 적십자 연락관 접촉을 통해 추가 대상자 명단을 교환한다.

이 과정에서 탈락된 대상자들은 추후 이산가족 면회소를 통한 상봉 때 우선 고려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26일 1백명 명단을 확정, 교환한 뒤 다음달 8일에는 기자단(20명)과 지원인원(30명)의 명단을 통보한다. 방문단은 단장(적십자 책임자급)을 포함해 1백51명으로 짜여진다.

남북 적십자사는 앞으로 수차례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8월 15일부터 나흘간의 체류일정과 교통수단(육로 또는 항공로)등을 협의한다.

이영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