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없는 벤처는 꺼져라."
일본 벤처 기업가의 대부격인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68)교세라 명예회장이 중앙공론(中央公論)최신호의 기고문에서 '돈독' 오른 후배 벤처 기업가들에게 대갈일성을 했다.
아무런 철학도 없이 쉽게 돈 벌 생각만 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꾸짖은 것이다.
다음은 기고문의 주요 내용.
"벤처기업은 모험심 만으로는 안된다. 세심한 주의력과 겸허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경영자로서 균형잡힌 '전인격' 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는 벤처 기업가의 자질인 동시에 책임이다.
나는 교세라를 세울 때 무일푼이었다. 주위의 도움으로 3백만엔을 마련해 겨우 회사를 세워 지금의 대기업으로 키웠다. 그동안 자금난을 겪으면서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무서운지 체득했다. 돈이란 어렵게 벌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젊은 벤처 기업가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돈을 쉽게 조달하면 제대로 된 벤처를 할 수 없다. 어렵게 개발한 기술과 사업이 흥하듯 어렵게 모은 돈이 결국 사업발전의 토대가 된다. 자금을 손쉽게 조달하면 모든 것이 쉬워 보인다. 이것이 현재 벤처기업이 흔들리는 큰 요인이다.
넷버블이란 것도 여기서 연유한다. 단기간에, 그것도 적자기업까지 상장이 되고 있다.
거금을 쉽게 벌면 그전까지 벤처 기업가로서의 금욕적인 자세가 흩어지고 만다. 벤처기업의 주식을 산 사람은 경마장에서 마권을 산 사람과 같다.
열심히 달려야 할 경주마가 트랙에 들어서는 순간 흐느적거려서는 안된다. 사업은 돈벌이나 공명심으로만 되는 게 아니다. 창조적인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해 고객을 만족시키고 기업을 발전시키면 그것이 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다. 이런 기본을 잊어서는 안된다.
내가 벤처 기업가를 육성하기 위해 세운 세이와주쿠(盛和塾)는 여러 명의 젊은 경영자를 배출했다.
그 가운데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사장과 히카리통신의 시게다 야스미쓰(重田康光)사장은 빠짐없이 나와 앞자리에서 열심히 메모하며 내 얘기를 들었다.
지금은 바빠서 자주 만날 수 없는 孫사장과 어쩌다 외국공항에서 마주치면 "孫군, 신중히 하게" 라고 말하는 게 버릇이 됐다.
본인이 정작 내 말을 귀담아 듣는지 걱정이다. 성공을 꿈꾸는 젊은 후배들에게 이 한마디를 꼭 해주고 싶다.
"경영자로서 전인격을 닦고 추구하라. 자기를 규율하라. "
도쿄〓남윤호 특파원
<이나모리 가즈오는…>이나모리>
일본 벤처기업의 선구자다. 1959년 28명의 동료를 모아 자본금 3백만엔으로 설립한 교토세라믹을 40년 만에 8천억엔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일류기업 교세라로 키워냈다.
승적을 지닌 임제종의 수도승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97년 위암수술을 받은 뒤 삭발하고 교토(京都)의 엔후쿠지(円福寺)로 들어가 불도를 닦았다.
씨없는 수박을 만든 고(故)우장춘 박사의 넷째 사위이기도 하다. 엄격한 금욕주의적 이미지와 달리 가라오케를 즐긴다. 32년 규슈(九州) 가고시마(鹿兒島) 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