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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1999년에 핵탄두 3기 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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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이 1999년 3기의 핵탄두를 보유하는 등 그간 알려진 것보다 훨씬 발전한 핵기술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파키스탄 핵폭탄의 아버지’ 압둘 카디르 칸(73·사진)은 “99년 북한의 산악 터널을 방문했을 때 북한 측이 3기의 완성된 핵탄두 부품들을 담은 상자들을 보여주며 ‘한 시간 내에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칸은 94년과 99년 북한을 방문해 핵무기 제조 기술과 개발 장비를 북한에 건넨 장본인으로 꼽힌다. WP는 핵무기 확산 혐의로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자택에서 가택 연금 중인 칸의 비공개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2006년 10월과 올 5월 두 차례 핵실험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탄두를 만들기까지 수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핵폭탄을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탄두로 만들 수 있는 소형화 기술은 그만큼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핵탄두를 갖고 있다면 북한의 핵기술이 한국·미국 등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게 앞서 있으며, 핵무기 보유 개수도 예상보다 훨씬 많을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2004년 1월 북한 핵시설을 사찰했던 지그프리드 헤커 전 로스 알라모스 미 국립핵연구소장은 “북한이 99년 핵탄두를 만들 정도의 핵물질을 보유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의문을 표했다.

칸은 “북한은 이르면 90년대부터 핵무기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가스 제조 공장을 건설해 왔다”며 “북한은 2002년쯤 3000기 또는 그 이상의 원심분리기로 우라늄을 농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의 압박에 맞서 올 4월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그러나 북한은 올 9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중·일 순방에 맞춰 “우라늄 농축 시험을 거의 성공적인 단계까지 마무리했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이 경고를 단순한 엄포라고 여겼으나 칸의 발언은 북한의 발표에 무게를 실어준다. 이에 대해 한상렬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WP에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극도로 심각해진 지난 4월 이후에야 핵 억제 정책 차원에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칸 박사와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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