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2006년 10월과 올 5월 두 차례 핵실험을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탄두를 만들기까지 수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핵폭탄을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탄두로 만들 수 있는 소형화 기술은 그만큼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미 핵탄두를 갖고 있다면 북한의 핵기술이 한국·미국 등이 생각하는 것보다 크게 앞서 있으며, 핵무기 보유 개수도 예상보다 훨씬 많을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2004년 1월 북한 핵시설을 사찰했던 지그프리드 헤커 전 로스 알라모스 미 국립핵연구소장은 “북한이 99년 핵탄두를 만들 정도의 핵물질을 보유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며 의문을 표했다.
칸은 “북한은 이르면 90년대부터 핵무기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가스 제조 공장을 건설해 왔다”며 “북한은 2002년쯤 3000기 또는 그 이상의 원심분리기로 우라늄을 농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의 압박에 맞서 올 4월 우라늄 농축을 시작했다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그러나 북한은 올 9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한·중·일 순방에 맞춰 “우라늄 농축 시험을 거의 성공적인 단계까지 마무리했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이 경고를 단순한 엄포라고 여겼으나 칸의 발언은 북한의 발표에 무게를 실어준다. 이에 대해 한상렬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WP에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극도로 심각해진 지난 4월 이후에야 핵 억제 정책 차원에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칸 박사와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재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