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한국 원전 안전성이 승부 갈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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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이 프랑스·일본·미국 등을 제치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하게 된 것은 안전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요 외신들이 28일 분석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모하메드 알 함마디 UAE 원자력공사(ENEC) 최고경영자(CEO)는 27일(현지시간) “한전 컨소시엄이 안전하게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해 원전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안전성이 가장 큰 선정 이유”=UAE 원전 사업을 총괄하는 함마디 CEO는 이날 아부다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 컨소시엄이 다른 경쟁 업체들에 비해 안전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며 “원전을 조속히 건설하기 위한 컨소시엄 업체 간의 유기적 협력 관계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었다”고 밝혔다. 또 “한국 컨소시엄이 지난 30년간 축적한 원전 기술을 적극적으로 UAE에 전수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선정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NEC는 한전과 함께 향후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기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 원전 관련 전문가들을 키우기 위해 한국에 인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놀랍게도 한국이 막판 승리를 거뒀다”며 “UAE 정부가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해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고위층, 물밑 작전서 승리”=세계 각국의 주요 언론들은 한국의 수주 소식을 일제히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8일 ‘한국 컨소시엄, 아부다비 원전 수주’라는 제목의 국제면 톱 기사를 통해 한국의 원전 수주 배경과 의미를 심층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원전을 수주한 것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 가격 경쟁력, 축적된 기술 등 3박자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노력이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 대통령이 UAE 측에 “한국과 한번 관계를 맺으면 깊게 오래 간다”고 말하는 등 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폈다고 소개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프랑스 컨소시엄이 협상 초반에는 선두를 달렸지만 결국 한국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며 “원전 건설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중동국가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인터넷판에서 “올해 에너지 분야에서 최대 규모의 공사 중 하나인 UAE 원전 계약을 따내기 위해 각국 고위층의 로비가 치열했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밝혔다.

◆한국 기술력 세계 최고 수준=니혼게이자이는 기술적으로도 한국을 높게 평가했다. 자원 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1978년 원전 운전을 시작해 현재 20기의 원전을 보유하면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이 시공까지 책임지는 원전 일관건설을 수주한 것은 처음이지만 그동안 증기발생기 등 핵심 장치를 수출해 왔기 때문에 이미 기술력을 인정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도시바(東芝)와 웨스팅하우스(WH)가 200억 엔(약 2500억원)을 받고 한전 컨소시엄에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주요 기술은 이미 두산중공업이 확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서울=김동호 특파원·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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