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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끝나지 않은 제2의 9·11 테러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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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항공기 테러의 망령이 다시 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성탄절이었던 25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발생한 노스웨스트 여객기 폭발물 테러 기도 사건의 여파 때문이다. 다행히 미수에 그쳤지만 제2의 9·11 테러 위험이 상존하고 있음을 일깨워 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용감한 승객들이 테러 용의자를 제압하지 않았더라면 성탄절을 피로 물들이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항공기 테러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하는 한편 차단 대책에 만전을 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미국 수사 당국은 이슬람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의 개입 여부를 조사 중이다. 나이지리아 국적의 용의자 우마르 파루크 압둘무탈라브가 체포 직후 스스로 알카에다 조직원이라고 밝힌 것으로 미 언론에 보도됐지만 미 정부는 공식 확인을 미루고 있다. 예멘의 알카에다 대원들로부터 폭발물을 다루는 훈련을 받았다는 용의자의 진술만으로 배후에 알카에다가 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단독 범행이 어려운 항공기 테러의 속성상 알카에다와의 연루 가능성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어 보인다. 사건 나흘 전 예멘의 한 알카에다 대원이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올린 동영상에서 미국을 위협하며 “우리는 폭탄을 휴대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3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 간 9·11 테러의 주모자인 오사마 빈라덴이 건재한 이상 알카에다의 테러는 여전한 위협임에도 불구하고 대(對)테러망에 구멍이 뚫린 것은 심각한 문제다. 용의자는 잠재적 테러 리스트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었지만 아무 제지 없이 여객기에 탑승했고, 속옷에 감춘 액체 폭발물과 기폭장치도 사전에 탐지하지 못했다. 국제사회의 테러 대책이 느슨해진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

항공기 테러는 어느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 경우에도 출발지인 나이지리아와 경유지인 네덜란드, 행선지인 미국 등 여러 나라가 관련돼 있다. 국제사회의 긴밀한 정보 공유와 유기적 협조 없이는 항공기 테러를 막기 어렵다. 국제적 공조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님은 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