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조조의 진짜 무덤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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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소설 『삼국지연의』의 핵심 인물인 조조(曹操·155~220년)의 진짜 무덤이 허난(河南)성에서 발굴됐다.

중국 허난(河南)성 안양(安陽)현에서 발굴된 삼국시대 위나라 조조의 묘소(왼쪽). 이 묘의 주인공이 훗날 위 무왕으로 등극한 조조임을 밝혀주는 명문(오른쪽). 이 명문에는 ‘위 무왕이 늘 사용하던 긴 창’이라고 적혀 있다. [중국 인민라디오방송 제공]

후한(後漢) 때 천하통일을 놓고 유비·손권과 자웅을 겨뤘던 조조는 아들 조비(曹丕)가 위나라를 건립하면서 무왕으로 추존됐던 인물. 그는 죽기 전 무덤이 도굴되는 것을 막기 위해 72개의 가묘를 만들라는 유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그의 무덤의 소재지와 관련해 다양한 학설이 난무했지만 지금까지 그의 진짜 묘는 발견되지 않았다.

인민일보는 27일 허난성 문물국이 허난성 안양(安陽)현 안펑(安豊)향 시가오쉐(西高穴)촌에서 위(魏)나라 무왕(武王) 조조의 능묘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땅 속 15m 지점에 위치한 이 무덤은 갑자(甲字) 형태의 구조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경사진 내부 묘도(墓道)를 따라 내려가면 모두 6개의 방이 나타난다. 총 길이 60m에 이르는 이 거대 묘는 한나라 왕후(王侯)들의 능묘와 규모가 비슷했다.

발굴단이 진짜 무덤으로 확신하게 된 까닭은 ‘위 무왕이 사용하던 창(魏武王常所用格虎大戟)’ ‘위 무왕이 사용하던 돌베개(魏武王常所用慰頸石)’라고 새겨진 명문(銘文)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허난성 문물국과 중국 고고학자들은 이 명문을 주요 근거로 이 무덤이 조조의 능묘라고 결론을 내렸다.

삼국시대를 다룬 정사인 진수의 삼국지(三國志)에는 “왕(조조)이 낙양에서 붕어하니, 나이는 66세였다. 시호를 무왕(武王)이라 했다. 2월 21일 고릉(高陵)에 묻었다. 조조는 전시의 장례는 평시와 같을 수 없다며 간소하게 할 것을 명령했다”고 기록됐다.

발굴단은 이 무덤에서 한 남성과 여성 2명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했다. 이 남성의 유골은 사망 당시 60세 전후였던 것으로 감정됐다. 감정 결과가 조조가 66세에 사망했다는 문헌상의 기록에 상당히 접근한다는 점에서 이 남성의 유골이 조조의 것으로 중국 고고학계는 보고 있다.

고고학자들은 ▶위 무왕의 명문이 나왔고 ▶출토 유물(200점)이 문헌 기록상 조조의 취향과 일치하고 ▶무덤 구조도 장례를 간소하게 치르도록 한 조조의 유언과 맞아떨어진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삼국시대 연구에 일대 전기가 마련됐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용환 기자

◆조조 능묘지 안양현=조조의 능묘는 동한(東漢)시대 여러 무덤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안양현은 중국 최초의 왕조로 알려진 상나라의 도읍이 있었던 지역으로 중국 여러 고대왕조가 활동했던 역사의 무대였다. 갑골문자가 발견됐을 정도로 유구한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안양현은 중국 7대 고도로 꼽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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