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24일 오후 선고공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현관 출입문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 의원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증거로는 박 전 회장의 진술이 유일하지만 진술 내용이 충분히 신빙성이 있고 구체적”이라며 “박 전 회장이 돈을 건넨 다른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재판에서도 진술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박 전 회장이 박 의원에게 특별히 악감정을 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히 지난해 3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베트남 국회의장 환영 만찬 때 박 의원이 박 전 회장에게서 2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의원은 ‘만찬장을 떠날 때 다른 내빈의 배웅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박 전 회장이 돈을 건넬 형편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나 ‘박 의원이 혼자 만찬장을 빠져나갔다’는 당시 사진기사 이모씨의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박 의원이 만찬장을 떠나기 직전에 찍은 사진에는 박 전 회장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돈 봉투의 윤곽이 보이는데 박 의원이 떠난 뒤 찍은 사진에선 사라졌다”며 “이 같은 사진 내용은 법정에서 재연한 결과와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난 3일 선고 전 마지막 재판에 대역을 불러 박 전 회장의 양복을 입혀놓고 만찬 당시 상황을 재연했었다.
박 의원이 박 전 회장 측에서 1인당 기부한도를 초과한 후원금 1000만원을 송금받은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 의원은 박 전 회장 측과 사전에 연락한 적이 없어 박 전 회장이 보낸 돈인지 몰랐다고 주장하나 박 전 회장의 측근인 정승영 전 정산개발 사장과 다섯 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유죄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법원은 지난달 27일 박 의원처럼 박 전 회장의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서갑원 민주당 의원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같은 당 이광재 의원에게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김원기·박관용 전 국회의장, 최철국 민주당 의원 등에게도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이들 사건 모두 박 전 회장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였다. 이에 따라 인사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재판에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취할지 주목된다. 한 전 총리 사건도 돈을 건넸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다.
박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