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1위 회사, 이마트와 독점제휴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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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제조업계 1위 회사들이 최대 할인점인 이마트와 독점제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위 브랜드 제조업체들이 이마트에 PB(자체 브랜드)상품을 앞다퉈 납품하고 있다. 1등끼리 뭉쳐 시너지(상승효과)를 거두려는 전략이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세계 굴지의 다국적 기업도 자존심을 꺾고 이마트에 한해 PB상품을 납품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가 싸구려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며 할인점 납품을 꺼리던 종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국내 란제리.스타킹업계 1위인 비비안은 지난 4월부터 '비비안 포(for) 이마트' 라는 브랜드로 란제리를 이마트에만 납품하고 있다. 아예 브랜드에 '비비안' 과 '이마트' 를 넣었다. 비비안은 '투모로우' 라는 PB스타킹도 지난해 10월부터 이마트에 납품하고 있다.

섬유유연제 분야 1위인 피죤은 지난해 4월부터 이마트 PB인 '이플러스' 를 새겨 제품을 만들고 있다.

간장 시장에서 최고 점유율을 가진 샘표식품은 지난해 초부터 이플러스 진간장과 양조간장을 만들어 이마트에 공급하고 있다.

이마트의 대표적 PB상품인 이플러스 두루마리 화장지는 세계 굴지의 다국적기업 P&G가 생산하는 것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한킴벌리가 생산했다. 그러나 올들어 P&G가 생산을 맡겠다고 나서면서 치열한 경합 끝에 지난 4월 공급원이 바뀐 것이다.

그동안 빠르게 성장해온 할인점은 향후 5년간 지속적인 신장세를 유지, 유통업계를 선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 제조업체들에겐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할인점 업계에선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섰고 점포가 매년 10개 이상 늘어나 동반자 관계를 맺으려는 제조업체들이 늘고 있다" 며 "품목마다 PB 매출 비중이 적게는 5%, 많게는 30%에 육박해 PB납품 여부가 제조업체의 시장점유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 말했다.

매일유업의 경우 이마트에서 자사 브랜드로 판매하는 우유의 월 매출액은 2억5천만원으로 이마트의 우유 총매출액(월평균 16억원)의 15.6%를 차지한다. 반면 매일유업이 이플러스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우유 매출액은 4억2천만원(26.3%)이다.

자사 브랜드보다 PB의 판매비중이 훨씬 더 높다. 제지업계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기저귀의 경우 이마트 매출액은 월평균 38억원에 이른다. 이플러스 기저귀를 생산하는 대한펄프의 자사 브랜드 '보솜이' 는 한달에 3억8천만원 어치가 팔린다.

이에 반해 이플러스 제품은 월 평균 12억3천만원에 달한다. PB의 비중이 세배 이상 큰 것이다. 이로써 대한펄프는 이마트 기저귀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1위 제조업체가 이마트와 손잡고 PB상품을 생산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날 것" 이라고 내다보고 "2위 업체가 1위로 올라서기 위한 전략으로 할인점 PB납품에 매달리는 경우도 있다" 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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