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계 집값 거품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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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집값 하락이 세계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했다.

IMF는 특히 영국.스페인.아일랜드.호주 등 1997년 이후 50% 이상 집값이 오른 나라를 구체적으로 거명해 '심각한 가격 하락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22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이 물가 상승 압력에 맞서는 한편 집값 급락에 따른 위험도 최소화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집값 급락을 막으려면)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고, 대출 요건과 금융기관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라구람 라잔은 "금리 인상이 전세계적으로 집값 상승세를 둔화시키겠지만 펀더멘털(경제기초여건)을 벗어날 정도로 집값이 급등한 나라들에서는 더욱 심각한 가격 하락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예컨대 99년 이후 배 가까이 오른 영국 집값은 가계의 소비붐을 일으켰고, 영국은 그 덕에 200년래 최장 기간 호황을 구가했다. 그런 만큼 집값 급락에 따른 고통도 커질 수밖에 없다.

IMF의 권고가 있기 전부터 잉글랜드은행(영국 중앙은행)은 집값을 잡기 위해 지난해 11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1.25%포인트 올렸다. 2년 만에 처음으로 집값이 하락한 지난 8월 이후에야 당시 금리(4.75%)를 유지하기로 했다. 더 이상 금리를 올렸다가는 '급격한 주택가격 변동' 위험이 있다고 본 것이다.

IMF는 집값 오름세처럼 집값 하락세도 전세계적인 현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값 움직임을 좌우하는 금리 정책에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대개 비슷한 행보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집값 하락폭은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IMF는 영국에서는 집값 상승률이 최근 둔화돼 집값 자체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IMF는 "세계적으로 닷컴 거품이 무너진 후 진행된 집값 상승은 경제 침체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상승폭이 지나치게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우 2001년 이후 개인소득은 9.3%가 늘었지만 집값은 같은 기간 19%가 올랐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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