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TV 가이드] KBS2TV 추석특집 드라마 '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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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엔 역시 가족 드라마가 제격이다. 잘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 가족이 둘러앉아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만큼 명절을 값지게 보내는 일이 있을까. 평소 가족간 대화가 적어 조금 쑥스럽더라도 TV에 채널을 고정해 보자. 마침 27일 KBS2TV에서 방송되는 드라마'형'(연출 한정희)은 가족과 형제의 의미를 진지하게 파고든 수작(秀作)이니.

여기 40년 만에 만난 형제가 있다. 외부적으로는 너무나 차이나는 두 사람이다. 수산시장 얼음 배달부 지상태(박인환), 그리고 일류 대학의 화학과 교수인 동생 현태(서인석).

아주 오래 전 12살 상태는 현태를 위해 시장에서 옷을 훔치다 들킨다. 엄마.아빠가 일찍 세상을 떠나 고아가 된 두 소년. 형은 동생을 위해 뭔가를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태는 감옥에 갈까 두려워 마을에 나타나지 못하고 그 사이 동생은 고아원에 보내진다. 8살 어린 것만 두고 혼자 도망갔다는 죄책감에 상태는 불량배들과 어울려 자포자기 심정으로 세상을 산다. 어렸을 때부터 똑똑했던 현태는 형을 잃은 상실감에 공부에만 매진하고, 대학교수 위치에까지 오른다. 그렇게 40년이 흘렀다.

술에 취하면 늘 동생 얘기인 상태는 어느날 TV에서 형을 찾는 현태를 발견한다. 처음엔 가난한 자신의 모습에 망설였지만 동생을 보고 싶은 마음은 그 어떤 가식보다도 위에 있다. 두 형제는 스튜디오에서 눈물의 상봉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 뒤엔 현태 부인(이혜숙)의 계산이 있었다. 정부의 수도이전 발표 이후 충청도 땅값이 오르자, 상태 명의로 돼 있는 땅에 욕심을 부린 것이다. 부동산 투자 실패로 사채업자에게까지 빚을 지자 땅의 존재를 생각해 냈고, 현태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형을 찾아나섰던 셈이다.

우연히 땅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상태 가족도 들뜬다. 젓갈장사인 부인(송옥숙)은 큰 가게를 차리겠다며 기뻐한다. 그러나 상태는 동생의 얼굴에서 짙은 그림자를 발견한다. 이유를 알게 된 상태는 동생을 괴롭히는 사채업자를 만나 땅 판 값을 건넨다. 가족들이 펄펄 뛰어도 형은 40년간 자신을 억누른 짐에서 해방된 느낌이다.

드라마 '형'은 이렇게 가족이 뭔지, 진정한 사랑이 뭔지를 묻는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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