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기 왕위전] 조훈현-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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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쫓기던 曺9단 92로 사납게 붙여

제5보 (85~107)〓曺9단은 길을 잘못 들었을까?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린 것일까. 검토실은 그러나 曺9단의 파괴력과 전투능력을 믿는 탓인지 묵묵히 하회를 기다리고 있다. 하변에서 대패했더라도 우선 백△로 젖혀 좌변 싸움의 주도권은 백이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데 85로 살짝 끼운 수가 사금파리처럼 날카롭다. 닿기만 해도 피가 뚝뚝 흐를 것 같은 수. 曺9단은 다시금 신음에 젖어 8분여를 장고했지만 결국 86에 이을 수밖에 없었고 기다리던 이세돌은 87부터 91까지 한칼에 백을 잡아버린다.

대국장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다. 어린 표범 이세돌에게 호랑이 조훈현이 쫓기고 있다. 사람들은 그 장면을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다.

92. 曺9단이 으르렁거리듯 사납게 붙여갔다. 사실은 이곳이 曺9단의 목표였다. 이상한 수 같지만 92는 기막힌 맥점이어서 귀의 흑은 대번에 위험해졌다.

93에 이었으나 결국 귀는 한 수 부족으로 잡히고 말았다(93으로 '참고도' 흑1에 막는 것은 백2~6까지의 수순으로 수가 더 줄어버린다). 귀가 죽은 손실은 크다. 그렇다면 이제 계산은 어찌 되는가.

백은 좌하가 30집. 그외는 별 집이 없다. 흑은 좌상만 25집 강. 하변을 잡아버린다면 순식간에 20여집이 늘어날 것이다. 흑▲들이 약해 보이지만 좌변의 수상전 관계로 안전하다.

흑은 좌하귀를 잃었으나 대신 좌상귀를 집으로 굳혀 전혀 밑진 게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흑 선수. 李3단은 105, 107로 맹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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