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학적 역사관 꼬집는 박영규씨의 '…한국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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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으로 대중역사서의 물꼬를 튼 전문 집필가 박영규씨는 '특별한 한국인' (웅진닷컴)에서 간단.명쾌하게 '자학적(自虐的)' 역사.문화관을 꼬집었다.

이 책은 한국인이 스스로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왜 자기비하를 하는가 하는 의문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그 이유를 한국 근현대사가 가져온 "한이 응어리가 돼 삐딱한 음성으로 비틀어져 나오는 것" 이라며 잘못된 역사.문화관을 바로잡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외환위기를 '졸부의 예견된 몰락' 이라 비판한 외신에 대해 저자는 "오늘날 한국이 누리고 있는 대단치 않은 부는 피와 고통과 눈물의 대가" 라며 과연 한국을 '졸부' 라 부를 수 있는가 반문하고 있다.

과소비 현상에 대해서는 "소비문화의 정착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벌어질 수 있는 행태" 라며 오히려 서구가 식민지배로 부를 쌓을 무렵 그들의 "호사스러움과 방만은 지금 한국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고 반격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국의 시장이 왜곡돼 있고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소비.낭비됐다는 사실에 대한 반성은 포함돼 있지 않다.

저자는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 을 쓴 이케하라 마모루(池原衛)에게도 일침을 가한다. "다른 나라를 깎아내려 비교우위를 찾으려는 유아독존식 사고방식" 에 젖은 일본이야말로 정작 맞아 죽을 각오를 하지 않으면 비판할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이다.

쾌도난마로 펼친 주장은 폐부를 시원하게 해준다. 하지만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례와 설명에 논리가 편협해 보이는 부분이 많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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