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폐업 이틀째, 한방병원 환자 북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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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집단폐업 이틀째인 21일 전국 대부분의 병.의원들이 문을 닫아 응급 환자들이 진료기관을 찾아 전전하는 등 큰 혼란이 빚어졌다.

○…제때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이 숨지는 사태까지 벌어지자 시민들 사이에 "미리 몸조심하자" 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장시간의 운전을 꺼리는가 하면 야외 모임을 연기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전국에서 교통사고로 21명이 숨지고 7백86명이 다쳤으며 20일에는 22명이 죽고 9백11명이 부상했다.

이는 지난주 같은 요일인 12일과 13일에 비해 사망자는 33%, 부상자는 4% 줄어든 것이다.

○…한방병원과 보건소는 밀려드는 환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J한방병원과 성북구 안암동 O한방병원에는 20일부터 한의원의 폐업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폭주했으며 환자도 평소보다 30%가량 늘어났다.

O한방병원 관계자는 "교수들까지 폐업에 동참할 경우 더 많은 환자들이 한의원으로 옮겨올 것으로 예상, 전 직원이 비상근무하고 있다" 고 말했다

양천구 보건소 의사 김선심(40)씨는 "새벽부터 환자가 몰려 오전 10시까지 평소의 2배인 1백여명을 진료했다" 며 "그러나 중환자의 경우 전문인력과 장비가 없어 종합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 고 밝혔다.

○…임신 34주째인 이은주(26.경기도 남양주시 지금동)씨는 지난 20일 오전 1시20분쯤 양수가 터지면서 갑자기 조산기미를 보여 119 구급차를 이용, 산전진찰을 받던 인근 산부인과를 찾았으나 폐업으로 진료를 거부당했다.

결국 다른 J산부인과와 H병원 등을 1시간 넘게 전전하다 서울D병원에서 출산할 수 있었다.

같은날 오전 7시쯤 수원에 사는 吳모(25)씨도 심한 복통으로 S병원을 찾았다 문이 닫혀 있는 것을 보고 수원의료원으로 긴급 후송돼 응급치료를 받았다.

○…의약분업 정착을 위한 시민운동본부에는 병.의원 폐업에 따른 피해 사례가 잇따라 접수됐다.

시민운동본부에 따르면 21일 오후까지 참여연대.서울YMCA.녹색소비자연대.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등에 단체별로 5~10건의 피해사례가 접수됐으며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남 통영시 김영호내과.구이비인후과.정남주한의원.한양정형외과 등 4개 의원의 의료진 20여명은 이날 섬지역인 통영시 욕지면 우도와 연화도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폈다.

봉사반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시간 동안 노인들의 신경통과 관절염 등을 치료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전북 익산시 익산역 광장에서 집회를 하던 원광대 의대생과 전공의 20여명은 집회 도중 낙태수술을 받던 鄭모씨가 혈액 부족으로 수술을 받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헌혈, 수술을 무사히 마치게 했다.

헌혈에 참가한 김영주(金英柱.28.의대 본과 2년)씨는 "잘못된 의약분업을 바로잡기 위해 거리로 나왔지만 환자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고 말했다.

○…일반 병.의원의 폐업에 따라 중소도시나 농촌 지역의 응급환자들의 상당수가 군(軍)병원을 찾았다.

국방부에 따르면 20일 전국 19개 군 병원을 찾은 민간인 응급환자는 모두 4백46명에 달했다.

국방부는 응급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해 병원별로 군용지프 40대와 봉고형 앰뷸런스 2대 등을 비상대기토록 하는 한편 충남 조치원과 강원 춘천 지역에는 의무항공후송중대 소속 의무헬기 6대를 배치했다.

사회부.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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