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특위 6개월 결국 ‘빈 손’으로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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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 정치권의 철옹성 같은 기득권의 벽만 절감했다.”

김충조(민주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1일 그간 정개특위의 활동에 대해 자탄하며 꺼낸 얘기다. 지난 3월 여야 합의로 떠들썩하게 출범했던 정개특위가 6월 3일 첫 회의 뒤 6개월 동안 아무 성과 없이 활동을 종료하게 된 때문이다. 한나라당 측 간사인 장윤석 의원은 “22일 김충조 위원장과 한나라당 허태열 정치선진화특위 위원장, 민주당 서갑원 간사 등과 4자 협상을 끝으로 합의된 사항만 처리하고, 남은 과제는 다음 정개특위로 넘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이해타산 따라 무산=먼저 풀뿌리 시·군·구 기초의회의 주민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현행 2~4인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개편하자는 논의는 민주당의 당론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민주당의 김종률·정장선·이시종 의원들까지 개정안을 냈지만 “수도권에서는 소선거구가 야당에 불리하다”는 당론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열리는 현행 국회의원 재·보선이 고비용·비효율적이어서 연 1회로 축소하자는 요구 역시 민주당이 “유권자의 재·보선 기회가 줄어든다”며 거부해 좌절됐다. 야당이 ‘여당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정권 심판’의 기회인 재·보선을 줄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거꾸로 정권에 비판적 성향인 30∼40대 직장인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현행 오후 6시인 국회의원 총선과 지방선거 투표시간을 8시로 2시간 연장하자는 야당의 개정안은 여당인 한나라당이 “개표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를 들어 무산시켰다. 또 국회의원 지역구 당원협의회(옛 지구당) 사무실을 둘 수 있게 하자는 요구도 역시 “‘돈 먹는 하마’인 지구당이 부활할 수 있다”며 한나라당이 반대했다. 정개특위 관계자는 “169석의 거대 여당으로선 지구당 사무실을 둘 경우 원외가 많은 야당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여야 정치권이 은근히 기대했던 ▶법인·단체 정치자금 기부 허용 ▶의원직 상실형(벌금 100만원) 상향 등은 ‘국회의 밥그릇 챙기기’ ‘개혁 후퇴’라는 여론의 역풍이 일자 제풀에 포기했다.

그러다 보니 합의 사항이라곤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정한 ▶불법기부 과태료 50배를 10~50배로 차등 적용키로 한 것과 ▶공무원 입후보 사퇴시한 60일을 90일 전으로 연장한 정도다. 오히려 지역과 정치학계가 “중앙정치에서 벗어난 풀뿌리 지방자치를 해야 한다”며 요구한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공천 기득권을 지키려는 여야가 이견 없이 현행대로 공천키로 합의해 “개혁후퇴특위냐”는 비판을 들었다.

◆“기초 지역구 여성 할당제 추진”=여야는 여성 지방의원의 수를 확대하는 문제를 두고 기초의회 지역구에서 여성을 1인씩(약 15%) 의무 공천하는 방안을 마지막으로 논의한다. 당초 여성을 절반 이상 의무공천하는 비례대표의 비율(10%)을 20~30%까지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그럴 경우 전체 유급 의원 정수가 각각 200명, 400명씩 늘어나 합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장윤석 의원은 “지역구 여성 할당 방안과 비례 확대 방안을 놓고 최종적으로 타협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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