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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노조법 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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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을 둘러싼 각계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21일엔 경제5단체장이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를 잇따라 만나 경영계의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노사관계가 선진화되려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노사정) 3자가 합의한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에서 타임오프 항목에 ‘통상적인 노동조합 관리 업무’를 포함시킨 것에 대한 항의였다.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타임오프는 기업 내부의 노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근로시간 면제제도로 하자고 합의한 것”이라며 “난데없이 통상적인 노조관리 업무가 들어가다 보니 상당히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경제5단체장은 이날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의 면담에서도 한나라당 법안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추미애 민주당 의원)가 노동계·경영계·정치권 등이 참가하는 다자협의체를 열면 노조법 개정에 대한 상임위 차원의 치열한 논쟁이 본격화하게 된다.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과 민주당 김상희 의원,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3개의 개정안을 두고서도 공방이 예상된다.

일단 정부·여당은 ‘통상적인 노조관리 업무’를 타임오프에 포함하는 한나라당 법안을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정운찬 총리, 정정길 대통령 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지난 20일의 당·정·청 회의에서도 이런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통령령에 노조관리 업무를 엄밀히 제한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무력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설명이다. 이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 삭제를 요구하는 야당 법안과는 물론 경영계의 요구와도 맞지 않는다.

문제는 노조법의 개정 시한인 연말이 다가오면서 협상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점이다. 만약 여야가 합의에 실패하고 법 개정이 무산되면 현행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및 복수노조 허용이 전격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사정 모두에 큰 부담이 될 사안이다.

따라서 추미애 위원장을 비롯한 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막판 협상을 통해 합의점 도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끝내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은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노조법 개정안의 직권상정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장은 그러나 “노동법의 직권상정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야가 서로의 양보를 요구하며 벼랑 끝으로 계속 밀려가고 있는 양상이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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