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로 한국 빛내고, 기부로 스스로 빛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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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산타 모자를 쓴 미셸 위(오른쪽)가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서 열린 소년소녀가장돕기 행사에서 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전해 주고 있다. 23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미셸 위는 “내년에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연말연시를 맞아 프로골퍼들의 선행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산타클로스로 변신해 선물을 나눠주는가 하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거액을 선뜻 내놓고 있다.

지난달 LPGA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13일 끝난 유럽여자투어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2위에 올랐던 미셸 위(20·나이키골프)는 2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스포츠 매장에서 9명의 소년소녀 가장에게 가방과 티셔츠 등을 선물했다.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지난 14일 귀국한 미셸 위는 녹색 산타 모자를 쓰고 이날 행사에 참가한 뒤 전남 장흥군의 소년소녀가장을 돕기 위해 써달라며 1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미셸 위는 지난해 작고한 할아버지 고 위상규(서울대 명예박사) 박사의 고향인 전남 장흥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장흥군 내의 소외계층 아동들을 위해 기부를 결심했다. 미셸 위는 지난해엔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5000만원을 내놨다.

미셸 위는 “할아버지의 고향에서 살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기쁘다. 장흥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LPGA투어에서 신인왕과 상금왕을 차지한 ‘골프 지존’ 신지애(21·미래에셋)는 프로 데뷔 당시부터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거금을 선뜻 내놔 ‘기부 천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신지애는 지난 10월 KLPGA투어 하이트컵 챔피언십을 마친 뒤엔 난치병 어린이 환자를 돕는 데 써달라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3000만원을 전달했다. 신지애는 또 전남 광주 지역 신학생들에게 매년 4000만원의 장학금을 내놓고 있다. 이밖에도 신지애는 올 시즌 버디를 할 때마다 2만원씩 적립한 돈에 23일 나오는 ‘신지애 캘린더’의 수익금 전액을 보탠 돈 100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 예정이다.

올해 LPGA투어에서 생애 첫 승을 포함해 2승을 거둔 최나연(22·SK텔레콤)도 15일 4000만원의 의료 지원금을 건국대 병원에 전달했다. KLPGA투어 상금왕 등 4관왕에 오르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필드의 패션모델’ 서희경(23·하이트)도 불우이웃 돕기에 동참했다. 서희경은 모교인 건국대에 장학금 1000만원을 내놨고, 충북 음성 꽃동네 ‘희망의 집’엔 쌀 100포, 수원시엔 쌀 400포를 기증했다. 또 KLPGA투어 대상 시상식에서 받은 상금 가운데 500만원을 백혈병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내놓았다.

‘탱크’ 최경주는 아예 자선 재단을 설립해 체계적으로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PGA투어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최경주는 지난해에 비해 수입이 3분의 1 수준(96만 달러)으로 줄어들었음에도 서울 신월동 아동센터 건립 기금으로 1억7500만원을 내놓은 것을 비롯해 제주지역 보육기관에 1억원, 행복나눔재단에 1억원 등 올해 모두 6억5500만원을 기부했다. 최경주는 지난해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 당시엔 피해 가족에게 선뜻 3억원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동양인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용은(38)도 4월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고향인 제주 지역 불우 어린이를 돕는 데 써달라며 1억원을 최경주 재단에 쾌척했다.

한 프로골퍼의 아버지는 “많은 프로골퍼가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기부에 인색한 스타도 많다. 소외 계층에 관심을 쏟는 프로골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승진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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