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복싱연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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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 아마복싱의 총본산인 대한아마튜어복싱연맹(KABF·복싱연맹)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1일 대한체육회가 유재준(62) 복싱연맹 회장에 대해 회장직 인준을 취소함에 따라 수장이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체육회가 산하단체 회장의 인준을 취소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앞서 복싱연맹은 국제복싱연맹(AIBA)과의 불화로 각종 국제대회 출전 금지 등의 제재를 받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복싱계에 무슨 일이=지난 5월 국제복싱연맹은 대한복싱연맹이 규정을 위반했다며 유 회장에게 18개월간 자격정지를 내리고 한국 선수 및 임원의 국제대회 참가를 금지했다. 복싱연맹이 5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 자격이 없는 팀 닥터를 내보냈고, 대표 선발전에서는 잘못된 계체를 승인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와 별도로 국제연맹은 복싱연맹의 상급기관인 대한체육회에 유재준 회장의 징계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유 회장은 “복싱계 내부 문제이며, 일부 인사들이 국제연맹을 통해 압력을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원 판결이 결정적=이와는 별도로 복싱계 일부 인사들은 유 회장의 임원 자격을 문제 삼아 “회장 취임을 승인한 체육회의 결정이 무효”라는 소송을 지난 3월 서울동부지법에 냈다. 유 회장이 국제연맹에 의해 자격이 정지된 상태였기 때문에 회장이 될 수 없다는 논지였다. 이에 대해 법원이 지난달 18일 인준 취소 판결을 내렸고, 이를 받아 체육회가 11일 유 회장의 인준을 취소시켰다. 이 같은 체육회 결정 뒤에는 현 집행부가 국제연맹과의 끝없는 갈등으로 선수들이 국제대회 출전이 막히는 등 선수 피해가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실제로 한국은 6월 중국 주하이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8월 밀라노 세계선수권대회는 극적으로 출전이 허용됐지만 베트남 실내아시아경기대회는 또다시 출전이 무산됐다. 한 복싱계 인사는 “복싱연맹 현 집행부가 2007년 국제연맹회장 선거 때 우칭궈(대만) 회장의 반대파에 선 이후 국제연맹과 충돌이 생겼다”고 귀띔했다.

◆차기 회장 선출은 어떻게=체육회는 유 회장 인준 취소로 국제연맹과의 갈등이 해결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칭궈 국제연맹 회장은 17일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에게 “복싱연맹에 대한 징계를 해제하겠다”고 알려왔다.

복싱연맹 회장권한대행을 맡은 체육회 최종준 사무총장은 “곧 정기 대의원 총회를 통해 새 회장을 선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새 회장이 곧 선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유 회장 측이 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기 때문에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차기 회장 선출 문제가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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