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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아르빌…파발마 안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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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1115㎞를 이동하는 ‘파발마 작전’에 앞서 쿠웨이트의 슈아이바항에서 자이툰 부대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이동 작전의 최대 과제였다. [국방부 제공]

지난 3일 오전 3시. 쿠웨이트 북부 미군기지 캠프 버지니아. 카발 사막의 새벽 어둠 속에 한국군 자이툰부대 1제대 400명이 탄 트럭 140여대가 시동을 걸었다. 국경 넘어 파병지인 이라크 아르빌로 1115㎞를 북상하는 '파발마 작전'이 시작됐다.

미군 장갑차.헬기 호위

부대는 두 시간 뒤 60여㎞ 떨어진 이라크 국경을 넘었다. 차량 행렬은 10㎞가 넘었다. 한국군 장갑차와 미군의 무장 험비 지프가 행렬을 호위했다. 한국군이 탄 트럭 10대당 3대꼴이었다. 어두운 새벽 하늘엔 미군 아파치 헬기가 뜨고 무인정찰기도 행렬을 지켰다. 행렬 앞에는 폭발물처리반(EOD)이 있었다. 한국군의 폭발물 신호 교란장치도 작동됐다. 무선으로 원격 조종되는 폭발 방해 장치다.

'파발마 작전'은 21일 완료됐다. 이라크를 북으로 종단했다.

송기석(소장)합참 작전부장은 22일 "파병 자이툰부대가 이날까지 모두 아르빌에 안착했다"고 발표했다. 그간의 작전 전개과정도 소상히 밝혔다. 지난 8월 3일 자이툰부대 선발대가 서울공항을 이륙한 지 50일 만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7월 아르빌에 미리 도착, 숙영지를 건설한 서희.제마부대 295명과 합류했다. 총 병력 2797명.

1제대가 출발하던 그 시각 서울 합참 회의실. 김종환 합참의장 주재로 작전회의가 진행됐다. 회의실 책상 위 노트북 모니터에는 점으로 표시된 한국군 차량 행렬이 이라크 지도를 따라 북상했다. 위성추적장치를 단 차량은 실시간으로 서울에 위치 신호를 보냈다.

이동 이틀째인 4일 새벽. 남부 세다 기지를 출발한 1제대 차량들의 타이어가 비포장 도로를 견디지 못해 터지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여섯시간을 달려 중부의 스케니아 기지에 도착했다.

차량행렬 합참서 모니터

4일 오후 11시. 가장 위험한 구간이었다. 무장세력의 기습이 가장 심한 바그다드 인근을 지나야 했다. 야밤 주행작전으로 결정됐다. 멀리 도심의 불빛이 보이자 차량들은 이동 중 최고 속력인 80㎞까지 내며 내달았다. 시내 교차로마다 미군들이 교통을 통제하고 경계를 섰다. 이렇게 바그다드를 네시간 만에 통과했다.

폭발물 발견 한때 긴장

5일 오후 10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를 앞두고 행렬 전방 정찰대가 폭발물을 발견했다고 급전을 보냈다. 행렬은 순간 멈췄다. 헤드라이트도 모두 꺼졌다. 병사들이 낮은포복 자세로 사주경계를 섰다. 20여분간의 정적.

급파된 폴란드군 처리반이 폭발물을 해체하는 사이 차량은 도로 반대 차로로 30여분을 달렸다. 저항세력의 공세가 치열한 '수니파 삼각지대'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3박4일 이동은 1제대가 6일 오전 6시 아르빌에 안착하며 마무리됐다. 2, 3제대도 이어 아르빌에 안착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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