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6자회담 외교 노력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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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핵 위기론 진화에 본격 나섰다. 중국.일본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서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및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3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6일 교토(京都)에서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과 잇따라 회담을 열고 6자회담 재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과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이 6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아세안+3 외교장관 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미드 알바르 말레이시아 외교장관, 반 장관, 리자오싱 부장, 손사밧 렝사바 라오스 외무장관, 마치무라 노부타카 일본 외상. [교토=연합]

반 장관은 6자회담의 불씨를 살리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미 간 상호 비방전과 북한 핵실험 징후 논란 등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을 이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지 않으냐"며 "잇따른 강경론과 회의론에 시급히 제동을 걸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반 장관은 먼저 한.중 회담에서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외교적 노력을 계속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리 부장도 "6자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최상의 방안이며, 회담 재개를 위해 관련국들과 계속 노력해 가겠다"고 밝혔다.

양국 장관은 "최근 북.미 간 상호 비방은 현 상황을 악화시킬 뿐 북핵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데도 인식을 같이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회담 재개를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쏟아야 할 때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은 관련국 모두에 백해무익하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자신의 '중대 국면' 발언도 적극 해명했다. 한.중 회담 시작 5분 전 회담장에 들어선 그는 잠시 실내를 둘러보더니 이내 기자들 곁으로 다가와 "중대 국면이란 발언을 너무 확대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대화가 끊겨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얘기한 것일 뿐 긴장을 조성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반 장관은 마치무라 외상에게서 "6자회담을 통한 해결이 가장 최선의 방안임을 재확인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박준우 외교부 아태국장은 "한.중.일 3국은 북한의 추가적 상황 악화 조치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고립만 심화시킬 뿐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일 회담 직후엔 "마치무라 외상이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얘기가 돌아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박 국장은 대화록을 적은 수첩을 꺼내보이며 "안보리의 '안'자도 안 나왔다"고 부인했다. 그는 "마치무라 외상이 며칠 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만났을 때 '모든 노력을 다 기울여도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으면 다음 선택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한 게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교토=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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