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검사 집단행동 땐 법과 원칙대로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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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과 관련한 평검사들의 집단 반발 사태가 청와대와 검사들의 힘 겨루기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청와대는 6일 평검사들에게 '공개 경고'하면서 압박하고 나섰다. 전날 김승규 법무부 장관이 검사들의 집단행동을 자제하도록 대검찰청에 긴급 지시한 데 이은 공세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검사들의 집단 반발을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의 집단행동과 동일선상에 놓고 법무부에 강경 대응을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도 한때 주동 검사를 징계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장관의 경고로 강도를 한 단계 낮췄다는 후문이다.

평검사들은 일단 청와대의 강경 대응에 숨 죽이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전국 평검사회의를 언제 개최할지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검사들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아 청와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부에선 이 같은 청와대의 움직임에 대해 '검찰 길들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형소법 개정 문제가 검찰권 약화 시도와 연결됐으며, 그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강경한 청와대=청와대는 이날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현안 점검 회의를 열어 "사개추위의 논의가 진행 중인 시점에 평검사들의 집단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김만수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는 또 "협의와 조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힘 겨루기로 보이는 행동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런 행위는 합리적인 의사 조정조차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진행될 모든 절차와 집단행동에 대한 대응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돼야 할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도 전달했다.

김 대변인은 "이 같은 방침은 노무현 대통령의 뜻과도 다르지 않다"며 "검사도 공무원이라는 차원에서 해석해 달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오는 9일 차관급 실무위원회, 16일 사개추위 본위원회가 예정되어 있는 등 검찰이 공식적인 의견 개진을 할 기회는 많다"며 "청와대의 의견은 최근 검사들의 의견 표현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집단행동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제하는 평검사들=법무부와 일선 검사들은 당혹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법무부는 이날 청와대의 진의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잇따라 간부회의를 여는 등 부산했다. 한 간부는 "방법상 문제가 있었지만 검사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며 "청와대의 강경 입장이 검사들을 자극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검의 한 고위 간부는 "청와대 입장은 집단행동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 아니냐"며 파장이 커질 것을 경계했다. 주동 검사 징계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평검사들은 공식적으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김현채 수석검사는 "검사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며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9일께 예정했던 전국 평검사 회의 개최도 불투명하게 됐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검사들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것처럼 와전됐다. 사개추위가 하자는 대로 놔두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반발했다. 또 다른 검사는 "청와대가 현장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최훈.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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