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병원 파업 17일째…환자들 고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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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충북도내 유일한 3차의료기관인 충북대 병원이 16일로 파업 17일째를 기록한 가운데 노사갈등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평소 4백여명의 입원환자를 치료해온 병원은 중환자실.응급실과 일부 병동만 최소인원으로 가동하고 있으며 파업 당시 3백30여명이 퇴원해 현재 81명 입원 중이다.

지난 12일부터 대체인력 투입으로 외래진료가 부분 재개됐으나 전반적인 파행운영으로 환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 파업 배경 및 경과〓3월 이후 8차에 걸친 교섭에서 교섭위원 범위를 놓고 대립을 보였던 노사는 지난달 15일 지방노동위의 조정에도 불구하고 상호불신이 심해 아무런 합의도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전국보건의료노조의 동시파업 결정에 따라 파업에 들어갔다. 병원측은 파업 직후 조합원 16명을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손해배상을 위해 13일 조합원 임금채권 가압류 및 불법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노조는 이에 반발, 상경시위와 집회 등으로 내부결속을 다지고 있다.

◇ 환자 불편〓파업 첫날인 지난달31일 목에 가시가 걸려 입원한 姜모(39.여)씨는 응급수술실로 옮겨졌으나 노조측의 간호사 투입 거부로 지연되기도 했다.

지난 12일 오후9시쯤 복막염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韓모(62)씨가 타병원으로 가는 등 수술준비가 안 돼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또 파업돌입으로 '강제퇴원' 한 환자들 상당수가 진료예약이 제때 안돼 불편을 겪고 있다.

하루 평균 70~80명이던 응급환자가 요즘은 40~50명선으로 줄어들었으며 14일 밤 인근 사창동에서 발생한 11중 추돌사고 때도 환자 9명이 먼곳으로 실려가야 했다.

◇ 쟁점〓병원측은 노조가 경영사정을 외면한 채 지나친 요구를 한다는 입장이고 노조는 사측이 대화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고소.고발 등으로 노조 무력화를 꾀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임금.인사.인력 등 3대 쟁점 중 노조측은 타교 수준 인상, 자동승급제 도입,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을 요구한 데 반해 병원측은 "적자인데다 노조 요구가 경영간섭적이어서 곤란하다" 며 수용불가 입장이다.

◇ 전망〓노사간 불신의 골이 깊은데다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파업철회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역여론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관계당국과 총학생회 등이 중재에 나설 움직임을 보여 대화가 재개될 경우 의외의 타결점을 찾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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