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남북시대] 남북 경협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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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남북 정상이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교류협력을 활성화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경제협력사업을 위한 양측 정부간 실무협의도 급류를 탈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원활한 경협을 위해 청산결제.투자보장.이중과세방지.분쟁조정절차 등 제반 제도적 장치에 대해 북측과 이른 시일 안에 합의를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 차원의 협력사업으로 임진강 유역 수해방지 공동사업과 철도.도로 등 끊어진 남북 교통망의 연결사업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며, 북한이 가장 시급하게 필요로 하는 전력 협력사업도 시급한 협의 대상으로 꼽고 있다.

◇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남북을 관통하고 있는 임진강 유역의 홍수 대처문제는 양측의 이해가 함께 걸려 있고 여름철 우기가 임박한 만큼 협력이 가장 빠르게 진전될 수 있는 분야로 꼽히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미 지난해 8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측에 임진강 유역 수해 공동대처를 제안한 바 있다.

최근 수년간 여름철 수해를 겪어온 임진강의 경우 유역(총면적 8천1백㎢, 연장 2백55㎞)의 3분의2가 북한쪽에 있어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근본적인 홍수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게 우리측 판단이다.

특히 하류인 남한쪽은 상류인 북한쪽 유역의 강우.수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집중호우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으며, 하천정비 등 치수사업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따라서 남북이 이 분야에서 우선 협력할 수 있는 것은 각종 강우.수위자료의 교환과 기술교류다.

정부는 당장 올 여름 강우기에 홍수예경보가 가능토록 실시간 자료교환 체제를 구축하고 관련시설을 공동설치할 것을 북측과 협의할 예정이다.

또 남북의 수자원 전문가들이 함께 수계 현장을 답사.측량하고 계획홍수량을 산정한 뒤 하상준설.제방축조.산림녹화 등 각종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우리측이 오는 2009년까지 8천2백억원을 들여 건설하기로 한 임진강 홍수조절 다목적댐 계획도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현재 북한측 수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2곳의 후보지를 골라놓고 있으나, 북한이 협조할 경우 더 적합한 곳을 고르기 위해 공동 재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 전력협력사업〓정부는 심각한 북한의 전력난을 감안해 남북간 송전선로 복구와 발전소 공동건설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해주공단 등 휴전선에 가까운 지역에 남한의 기존 선로를 연장 설치해 전기를 공급하거나 ▶발전소를 직접 지어주는 방안▶북한의 기존 발전소를 정상가동시키기 위해 석탄.가스 등 원료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의 발전용량은 7백만㎾ 정도로 남한의 15%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그나마 가동률이 20~30%에 불과한 실정이다.

남한에서 북한에 전기를 직접 공급할 경우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도 많다.

북측은 열악한 전기 생산사정으로 전류의 흐름이 일정치 않고 전기 품질이 떨어져 남북간에 선로를 연결했을 경우 남측 선로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노후 발전설비의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이 전력협력사업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소규모 발전소를 지어주거나 남쪽의 유휴 발전설비를 옮기는 방안도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 청산결제(淸算決濟)도입〓정부는 남북교역이 활성화하기 위해선 대금결제 방식을 확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은 대부분의 남북 교역이 제3국을 통한 간접교역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절차가 번거로운 데다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거래비용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남북간은 이미 92년 9월의 '남북교류.협력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 에서 청산결제 방식에 합의한 바 있다.

청산결제 방식이란 매번 거래할 때마다 결제하지 않고 청산결제은행에 설치된 청산계정에 수출과 수입을 적어놓았다가 일정 기간마다 주고받을 금액을 가려 잔액만 결제하는 방식이다.

92년 당시 남북은 필요한 경우 쌍방의 합의에 따라 다른 결제방식도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향후 대북 교역이 늘어나면 국가간의 수출입거래에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환어음에 의해 결제가 이뤄지는 환결제방식도 병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투자보장협정 등 체결〓투자보장협정은 북한에 진출한 남한 기업이 안심하고 사업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에 해당한다.

투자보장협정은 ▶북한 진출 기업들이 소득을 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송금보장' ▶북한이 남한 기업들의 재산을 임의적으로 수용하거나 압류할 수 없도록 하는 '재산보호' ▶북한이 남한 기업을 국내기업과 동등하게 취급하는 '내국민 대우' 와 다른 나라와 사실상의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혜국대우' 등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또 북한에서 소득이 발생했을 경우 남북한이 동시에 자국의 세법에 따라 과세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중과세 방지협정도 마련돼야 한다.

이 협정이 체결된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과 개발도상국과의 협정 내용 등이 감안될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 방향은 남북의 조세제도가 워낙 달라 예측하기 힘들다.

이재훈.홍병기.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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