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 설립 즉시 상장 가능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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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2단계 금융구조조정의 '엔진' 역할을 하게 될 금융지주회사의 골격이 드러났다.

정부가 공정회에서 제시한 금융지주회사법안은 금융전업가에게 은행지배를 확실히 보장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반면 재벌이 은행을 거느리는 것은 계속 차단한다.

금융지주회사를 이용해 정부가 비우량은행에 넣은 공적자금을 손쉽게 회수할 수 있도록, 금융지주회사는 설립 즉시 증권거래소 상장을 허용하는 특례를 인정한 점도 주목된다.

◇ 왜 금융지주회사인가〓정부는 우리 금융기관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형화.겸업화를 추진하는데 금융지주회사가 가장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의 자회사 방식(예컨대 은행이 증권.보험사 소유)은 모회사가 자회사에 부실이나 유휴인력을 떠넘기거나, 거꾸로 자회사의 부실을 떠안는 등의 문제점을 노출시켰다는 설명이다.

물론 금융기관들을 직접 합병하는 경우가 대형화.겸업화에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합병은 인력.점포의 축소에 따른 내부반발, 이질적 문화에서 오는 갈등의 소지가 큰 점을 감안, 지주회사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정부는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를 내세운 또다른 이유는 공적자금의 회수다. 기존 비우량은행의 주식을 직접 파는 것 보다는 금융지주회사 주식으로 새롭게 포장해 매각하는 게 훨씬 수월하리라는 생각이다.

정부는 금융지주회사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당장 한빛.조흥.외환은행 등을 하나의 지주회사 아래 묶을 계획이다.

◇ 금융전업가에 은행지배 보장〓정부는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를 위해 금융전업가를 등장시켰다. 금융전업가란 ▶금융업만 하는 개인으로 ▶30대그룹의 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이 아니며 ▶다른 일반회사도 갖고 있지 않고 ▶금융기관 임원 결격사유가 없는 사람으로, 금감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를 들면 양재봉 대신그룹 회장이나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자 등이 일단 후보에 오를 수 있다. 30대그룹 대주주였던 사람이 금융전업가가 되려면 5년이 지나야 한다.

금융전업가는 은행지주회사에 대한 동일인 소유한도(4%)를 적용받지 않고, 정부 승인만 얻으면 1백%까지도 지분소유가 가능한 특혜를 누리게 된다. 또 자기 돈이 모자라면 펀드를 공모해 모은 자금으로 지주회사를 만드는 것도 허용된다.

◇ 어떻게 만드나〓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의 영업전략과 경영관리 등만 하고 직접 금융업무를 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순수지주회사에 해당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을 50%(상장법인은 30%)이상 소유해야 한다.

부채비율은 1백%를 넘지 못한다. 또 자회사의 자회사인 손자회사는 금융전산회사.신용조사기관 등 금융 관련사업에만 국한된다. 지주회사는 탄력적인 조직운용을 위해 또 다른 지주회사를 자회사(중간지주회사)로 둘 수 있다.

◇ 기존 은행주 투자자들은〓금융지주회사의 주식은 설립 즉시 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수 있다. 자회사로 들어가는 금융기관의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지주회사 주식으로 바꾸든 그대로 소유하든 선택이 가능하다. 주식 교환비율은 주식값을 기준으로 손해가 없도록 결정된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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