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마크] 외국CEO들 출장때 호텔방도 '검소' 등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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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세계적 기업의 최고 경영자(CEO)들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소탈한 생활 태도로 존경을 받기도 한다.

최근 세계적인 CEO들의 방한이 부쩍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검소한 '출장길' 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부 국내기업 CEO들이 해외 출장 때 3~4명의 비서를 거느리고, 현지에서도 최고급 교통수단이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13일 내한한 시스코 시스템스의 존 챔버스 회장은 비행기의 2등석(비즈니스 클래스)을 타고 내한, 호텔에서도 가장 낮은 등급인 스탠다드 룸에 묵었다. 시스코 시스템스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네트워크 솔루션 및 장비 업체로 미국내 시가 총액 1위인 업체다. 시스코 시스템스 관계자는 "회장이 언제나 일반 객실을 고집해 오히려 호텔측에서 당혹해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 귀띔했다.

'인터넷 월드 코리아 2000' 에서의 연설을 위해 21일 방한하는 미국 인터넷 광고 솔루션 업체 더블클릭의 설립자 케빈 오코너 회장 역시 비행기의 3등석(이코노미 클래스)으로 입국한다.

그는 수행원이나 마중 나오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해 스탠다드 룸에 묵을 예정이다.

더블클릭 코리아 관계자는 "회장이 세계 어디를 가도 하루 숙박비가 2백달러 이하의 호텔만을 고집한다" 고 말했다.

더블클릭은 지난 98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으며 지난해 매출이 3억1천만달러(약 3천5백억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인터넷 광고 솔루션 업체다.

지난달 말 강연차 방한했던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오쿠다 히로시 회장의 출장도 검소했다. 우리나라의 전경련 격인 게이다렌(經團聯)회장이기도 한 그는 2박3일 동안 체류하면서 호텔 스위트 룸이 아닌 일반 디럭스 룸에서 묵었다.

또 그는 기자간담회장으로 호텔 연회장이 아닌 경총 건물을 고집하기도 했다. 이에 기자들은 경총의 한 사무실에서 경총측이 제공한 식혜를 마시며 오쿠다 회장을 만났다.

리처드 해즐튼 다우코닝 회장도 수행원 없이 손수 여행용 가방을 챙겨가며 해외 사업장을 방문하는 '나홀로 출장' 으로 유명하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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