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전문가 분석] 양측 물밑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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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 전문가들은 TV화면에 비춰지지 않은 '숨은 그림' 에 주목했다.

정상회담의 진짜 밑그림은 공식 면담 같은 겉으로 드러난 공식 회담이 아닌 별도 물밑접촉을 통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남북회담 전문가인 김달술씨는 "아마 임동원-김용순 막후 채널이 활발히 가동됐을 것" 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남북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주고받을 카드를 최종 흥정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작업은 임동원 대통령특별보좌역과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대남담당 비서)밑의 실무자들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동원-김용순 채널은 크게 두가지 분야를 놓고 카드를 주고 받았을 것이다. 하나는 이산가족 상봉규모와 후속 적십자회담 같은 주고받을 '선물' 에 대한 흥정이다.

또 양측은 남측이 제공할 전력.석탄 등을 포함한 대북 경협 규모와 제공방법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을 것이다.

임동원-김용순 막후 채널을 통해 1차 걸러진 협상 내용은 14일 오후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2차 정상회담 테이블 위에 올려졌을 것이다.

두 정상은 오후 3시부터 오후 6시50분까지 총 3시간50분에 걸친 마라톤 회담을 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두 정상은 오후 6시쯤 ▶남북화해와 통일▶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이산가족▶교류협력 등 4개 항목에 걸쳐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정상회담에서는 金대통령과 金위원장이 주로 발언했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문제가 제기될 경우 정상회담에 배석한 임동원 대통령 특별보좌역과 김용순 아태위원장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을 수 있다.

정상회담 개최합의에서 실제 회담이 이뤄지기까지 견해차를 좁히는 견인차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막후에서 실무를 관장한 이들의 역할이 마지막까지 중요하기 때문이다.

2차 정상회담은 6시50분에 끝났다. 두 정상이 도출한 합의내용은 다시 임동원-김용순 두 사람 손으로 넘어갔다. 두사람은 백화원 영빈관 별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합의문 내용을 최종 정리했을 것이다.

문안정리를 마친 것은 8시30분쯤. 정리된 문안은 다시 두 정상에게 전달됐다. 이 과정에서 金대통령은 합의문 단어와 문구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펴봤을 것이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두 정상은 마침내 오후 11시를 넘겨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었다. 이 합의문은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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