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무료 버스 교통정보 차단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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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무료로 아이폰을 통해 제공하는 버스 교통정보를 차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경기도에 따르면 아이폰에서 사용되는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인 ‘서울 버스(Seoul Bus)’가 지난 11일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먹통이 됐다. '서울 버스'는 자신의 위치를 입력하면 주변 버스 정류장의 버스 도착 시각은 물론 차량번호까지 알려준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하루에 1만 번 꼴로 다운로드 될 정도로 인기다.<본지 12월 12일자 30면>

경기도는 이같은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이달 10일에 인지하고 하루만에 차단시켰다. '서울 버스'는 지난 4일부터 서비스가 이뤄졌다. 경기도는 차단이유를 공공정보 무단 이용과 책임의 불분명을 들었다. 사전에 개발자가 경기도와 협의를 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공 목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사전협의 없이 정보를 도용해 프로그램을 만든 건 문제라는 것이다. 책임의 문제도 지적했다. 향후 이 서비스를 이용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의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중교통과 조인원씨는 "이용자 편의 측면에선 프로그램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차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현재 스마트폰과 개인정보단말기(PDA)를 통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폰용은 향후 자체적으로 만들어 제공하겠다고 했다.

사용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엔 반대하는 댓글이 무려 300여개 달렸다. 경기도 홈페이지에도 교통민원신고 글이 잇따라 100여개나 올라왔다. 대부분 수익 목적이 아닌 공공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왜 막느냐는 여론이다. 대안을 내놓을 때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주장도 많다.

프로그램 사용자인 김경호(31)씨는 "시민들 불편을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는 게 말이 되냐"면서 "시민이 공공 목적의 최우선자인데 이같은 조치는 시민을 기만한 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프로그램 개발 당사자인 유주완(18)군은 경기도와 사전 협의 없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하지만 의도적이지 않았다는 게 유군의 주장이다. 경기도는 10일쯤 유군과 전화통화를 통해 개발 배경에 대해 들었다. 유군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용자 분들에게 긴급한 사안을 말씀드립니다. 교통 정보가 막힌거 같더군요'라고 심경을 밝혔다.

유군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프로그램을 다시 수정한다고 해도 그쪽(경기도)에서 막아버리면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냐"면서 "100% 공개된 정보를 순수하게 사용했는데…그냥 조용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아직까지 국내 사례가 없어 혼란이 예상된다. 해외에서는 개방형 API(운영체제나 프로그래밍 언어가 제공하는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든 인터페이스) 방식을 쓰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나 다음 등도 API를 개방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도 '공공정보 무단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 박경예씨는 "사전 혐의 없이 대량으로 배포하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서비스를 끊지는 않겠지만 이 때문에 시스템이 부하돼 개편 예정인 교통정보 시스템을 연기해야 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재설 기자 bigb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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