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여성 59%-미 여성 31%, 가정폭력 시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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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여성들의 20~50%가 자신의 남편이나 가족들에 의해 구타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니세프 산하의 이노센티 리서치 센터가 유엔여성특별총회를 앞두고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여성의 31%가 신체적 학대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본은 59%의 여성이, 한국은 38%의 여성이 남편이나 파트너로부터 구타를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세계적으로 6천만명의 여성들이 의도적으로 살해되거나 존재 자체를 부인당함으로써 인구통계에서 사라져 버렸으며, 인도에서는 매년 5천명 이상의 여성들이 지참금 부족으로 살해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북경여성대회 이후 5년동안 각국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은 문화.계층.교육정도.수입정도.인종.연령과 관계없이 모든 나라에서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은 구타.살인등 눈에 보이는 것 외에도 강요된 영양실조, 의료혜택과 교육서비스 부족, 강요된 매춘과 노예노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자행되고 있다.

또 이는 에이즈의 확산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약 1천4백만명의 여성이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으며 이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남편이나 애인으로부터 바이러스를 얻게 되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안전한 성관계를 위한 어떤 요구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멕시코.나미비아.남아프리카.미국 등 몇몇 나라에서는 부부간의 강간을 처벌할 수 있는 밥안을 마련했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고서는 가정폭력이 타인이 아닌 가족이나 믿을 만한 사람에 의해 저질러지기 때문에 더욱 치명적인 인권침해라고 주장한다.

이는 여성과 어린이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며, 어린이의 경우 자신을 존중하는 생각을 퇴화시켜 정상적으로 성장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 경제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다.

이와 관련해 여성폭력에 관한 유엔특별감독관 라디카 쿠마라스와미는 "각 나라 정부가 가정폭력법들이 절대 용서되는 일 없이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 고 주장하면서 가정폭력의 무서운 피해를 줄이기 위해 폭력범들에 대한 용서없는 처벌들을 내용으로 한 법안 제정을 요청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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