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나우] 흡연자 위한 카페 ‘야외 난로’시끌시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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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5일 오후 8시쯤(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7구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 ‘나뷸리온’. 영하 2도의 추운 날씨에도 손님의 절반은 길거리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다. 이들이 코트에 모자까지 쓰고 손을 호호 불어가며 밖에서 식사를 하는 이유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다.

나뷸리온은 애연가 손님을 위해 11월 초부터 야외 자리에 대형 가스 난로 4대를 설치했다. 지배인 장 크리스토프는 “추운 날씨에도 야외석을 고집하는 애연가들을 위해 하루 8시간 정도 난로를 피운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전면 금연조치를 시행한 이후 담배를 즐기는 손님들에게 야외 테이블은 해방구다. 그러자 파리의 상당수 노천 카페들은 야외 자리에 대형 난로를 설치해 놓고 있다. 난로 제조업자들은 노천 카페용 대형 난로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 환경단체들이 노천 카페의 난로를 문제삼고 나섰다. 노천 카페에 놓인 난로는 가스를 이용하는 고성능 제품으로 이산화탄소(CO2)를 다량 배출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한 시민단체는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노천카페용 야외 난로 4대가 하루 평균 영업시간인 8시간 동안 배출하는 CO2 양을 측정했더니 중형 자동차 한 대가 350㎞를 달릴 때와 같은 양이었다. 요즘 같은 겨울이면 4만 대로 추산되는 파리 시내 노천카페용 야외난로에서 매일 1만 대의 자동차가 350㎞를 달리면서 내뿜는 CO2를 배출하고 있는 셈이다. 환경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파리시와 카페업협회 등에 항의 서한을 보내고 시위도 준비 중이다. “소량의 CO2라도 줄이기 위해 모두가 안간힘을 쓰는데 골초들 때문에 다량의 CO2를 뿜어내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카페업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야외 자리 매출은 한겨울에도 평균 20%에 달하기 때문이다. 샹젤리제 카페 ‘노르망디’의 한 직원은 “난로를 안 피우면 손님이 절반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시는 환경단체 주장을 검토했으나 난로를 피우지 못하게 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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