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모텔 'e-비즈' 호텔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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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서울 강남.서초구 일대 러브모텔들이 조만간 인터넷 예약망을 갖춘 선진국형 e-비즈니스 호텔로 탈바꿈한다.

인터넷 호텔마케팅업체인 호텔페이지닷컴(http://www.hotelpage.com)은 최근 "국내 러브모텔과 중저가 호텔을 상대로 'e-비즈니스' 호텔 체인화 및 예약망 구축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며 "이미 미국 유수의 호텔체인업체들과 투자 및 브랜드 사용 계약을 체결한 상태" 라고 밝혔다.

이 업체는 우선 연말까지 서울 테헤란로 등 위치 좋은 지역의 러브모텔 1백 곳을 선정, 전 객실에 초고속 인터넷 전용선을 깐 뒤 24시간 운영하는 레스토랑과 비즈니스 센터 등도 갖춘 비즈니스 호텔로 만들 계획이다.

또 전국의 모텔과 중저가 호텔 1만 곳을 대상으로 인터넷 공동 예약망을 구축, 해외에서도 자유롭게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모텔측의 외국어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영어.일어.중국어 등 3개국 콜센터를 운영, 24시간 통역서비스도 실시하며 회원제를 도입해 단골 고객들에게는 할인 혜택을 줄 계획이다.

이같은 대변신 구상은 외국 비즈니스맨들의 잠재 수요를 공략하려는 벤처업계의 아이디어와 이미지 개선을 꾀하던 모텔 업주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데서 비롯됐다.

매년 2백30만명의 외국 비즈니스맨들이 입국하지만 이들 가운데 대부분은 하루 출장비가 1백50달러 안팎인 '말단 직원' 이다.

이들이 적당한 가격에 묵을 중급 호텔이 마땅찮고 그나마 예약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늘 곤욕을 치르는 데 착안, 도심 곳곳에 산재해 있는 러브모텔을 적극 활용키로 한 것이다.

러브모텔들도 환영하는 분위기. 하루 두 번 '손님' 을 받는 것보다 수익성이 훨씬 높고 체인화.예약망 가입 등에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데다 무엇보다 불륜의 산실이란 오명을 벗고 국제무역의 첨병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 벌써부터 가입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2001년 한국방문의 해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턱없이 부족한 객실난을 해소하는 데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월드컵 때 총 14만개의 객실이 필요하지만 현재 5만여 객실만 확보돼 있어 9만여 객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 러브모텔 6만 객실을 적절히 활용하면 단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급격히 늘고 있는 가족단위 주말레저 여행객들을 위한 숙소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민박보다는 시설이 낫고, 호텔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이점이 매력적이란 분석이다.

송문걸(宋文傑.49)사장은 "선진국의 경우 실속있는 중저가 호텔이 활성화돼 있고 예약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는데 비해 국내 호텔업계는 양극화가 심하고 정보 인프라마저 초보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며 "한국의 관광산업을 한 단계 높이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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