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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내사 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종로의 정부 중앙청사와 과천의 정부 청사, 그리고 공기업쪽의 금요일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금요일쯤 되면 골프 부킹 등 주말 모임이 화제가 됐으나 요즘 들어 쏙들어가고 있다 한다.

고위 공직자들의 잦은 골프와 과도한 주식투자, 타인명의의 벤처기업 투자 등 재테크에 대한 정밀한 사정(司正)움직임 때문이다.

특히 주말에 업무를 마치지 않고 골프장에 나간 장관들이 사정팀에 적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일 청와대.국무총리실.검찰에는 "골프 단속령이 생긴 것이냐" "어떤 장관이 걸렸나" "한타당 10만원짜리 내기 골프 치다 걸린 국장은 어느 부처 소속이냐" 는 등 고위공직자들의 문의전화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사정팀의 공식적 입장은 "확인해줄 수 없다" 는 것.

사정팀 관계자는 "경제위기설이 퍼지는데도 공직자들의 골프가 심하다는 여론이 많았다" 면서 "따라서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잡자는 취지에서 골프 내사(內査)를 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과거 정권처럼 골프 금지령은 나오지 않을 것이나 골프를 적당히 치라는 게 청와대쪽의 판단으로 안다" 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기강확립 움직임은 민주당쪽에도 있다. 이날 서영훈(徐英勳)대표의 '도덕성 회복 작은 실천 선언' 이 이런 흐름과 관련있는 것으로 여권에선 파악하고 있다.

徐대표는 구체적으로 ▶회식.사교문화의 검소화▶허례허식 문화개선▶음해중상.인신공격 금지▶공적업무 외 특별대우 거부의 4대지침을 내놓았다.

실제로 徐대표는 서울 여의도의 국민일보 빌딩 12층과 63빌딩의 고급음식점 이용을 끊었고, 당 비용으로 지출하는 경조사비 30만원을 대폭 낮추도록 지시했다.

고위당직자는 "徐대표의 선언 내용은 주례 단독 당무보고때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얘기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당직자 회의 뒤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공직자들의 근무 중 골프는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 이라고 지적했다.

사정팀은 이런 활동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방침은 金대통령의 12일 평양 정상회담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사정쪽 당국자는 "지금은 남북 정상회담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인 만큼 사정작업에 초점이 맞춰져선 곤란하다" 고 말했다.

업무의 긴장도를 높이는 수준에서 사정작업이 알려지길 바라는 눈치다.

그러나 평양 정상회담 뒤로 예상되는 개각과 후속 인사때 사정작업 결과를 반영할 것으로 알려져 공직자들의 몸조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영기.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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