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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그후 지금은] "아버지" 세 자 남겼던 김홍일 전 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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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 조문객과 방송을 보던 국민은 휠체어에 앉아 초점 흐린 눈으로 입을 벌리고 있는 깡마른 남자를 주목했다. 그가 바로 김 전대통령의 맏이인 김홍일 전 의원이란 사실을 알고 모두가 깜짝 놀랐다. 풍채가 좋았던 그가 3년만에 몰라볼정도의 모습으로 바뀌어 대중앞에 나타난 것이다. 김 전의원은 휠체어에 의지한 채 제대로 말 한 마디 하지 못했다.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당시에 “아 버 지” 세 마디 말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삼우제(三虞祭)가 있던 8월 25일. 국립현충원을 찾은 김 전 의원의 모습은 김 전 대통령의 국장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몸이 불편한 그는 아내가 대신 묘지에 성수를 뿌리는 장면을 지켜봤다. 삼우제가 끝난 뒤 김 전 의원은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려하지 않아 주위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1948년생인 김 전 의원은 71년 ‘서울대 내란음모사건’ 배후조종 혐의로 피검됐고 80년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심한 고문을 당했다. 학사장교 출신으로 장교 생활을 했던 김 전 의원었지만 이때 건강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문으로 허리 등 신경계통을 다쳐 이 후유증이 파킨슨씨병을 더 악화시킨 것으로 주위사람들은 보고 있다. 생전에 김 전 대통령은 자신으로 인해 큰 고초를 겪은 장남에 대해 내내 미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했다고 한다.

이달 초 영화 ‘인동초’ 제작설이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그린다는 것이다. 제작사 측은 ‘인동초’ 제작과 관련해 “김홍일 전 의원에게 이 소식을 전했고 도움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에선 김 전 의원이 말을 할 정도로 건강이 회복된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에 대해 최경환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은 “확인 결과 김 전 의원뿐 아니라 김 전 대통령 유족 측에 어떠한 공식 요청도 없었다”라며 “영화 제작 중단 요청을 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 전 의원은 큰 차도가 없다고 한다. 최 공보실장은 “김 전 대통령의 가족사에 대해 코멘트를 할 입장이 못된다”면서도 “여전히 일반적인 의사소통이 어렵다. 계속 서울 자택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고 여전히 힘들어 하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국장 때 충격으로 인해 건강상태가 많이 악화됐었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조금 괜찮아 지셨다”며 “꾸준히 치료를 하고 있지만 좋아질 가능성은 없어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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