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차' 낙하산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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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토록 부당성을 지적했음에도 총선이라는 정치행사를 치르고 나자 낙하산 인사 시비가 재연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낙천.낙선한 당료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정부투자기관 및 산하단체 요직에 진주하는 데 따른 잡음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현 정부의 '막차' 를 놓칠세라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여권 인사들이 이미 차지했거나 내정된 자리만도 10여개고, 앞으로 40여 장(長)과 감사.이사 자리가 추가되리라는 예측이다.

아무리 집권 프리미엄이라지만 공직을 '내 주머니 물건 인심 쓰듯' 해선 안된다. 해당 분야에서 최소한의 전문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인사를 '내 사람' 이라는 이유만으로 앉히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정부는 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했던가. 공기업 부실은 결국 국민의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 부실을 재촉하는 것이 부실 낙하산 인사라면 이런 일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낙하산 인사로 공공부문의 개혁이 안되고 경영이 엉망" 이라고 비난했던 게 바로 현 정부다. 과거 정권의 구태를 답습하는 것은 자기부정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정권 초기라면 백보 양보해 그동안 고생한 민주인사들에게 자리를 나눠줄 명분이라도 있었다. 지금은 정권 2기에 속한다. 내 편, 내 사람을 가리지 않고 능력과 전문성에 따라 거국적으로 국가관리를 해야 할 비상한 국면이다.

지난 총선에서 영남 싹쓸이를 낳게 한 중요 요인 중 하나가 인사편중이었다면 이젠 뭔가 다르게 대처해야 한다. 그런데도 여권 일각에선 '자리를 나눠준다고 표가 되는 게 아닐 바에야 차라리…' 라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이런 발상이 정권 후반기의 위기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충성심이 담보되는 내 사람을 써야 한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정권창출 세력 전면포진론' 이나 '막차' 낙하산 인사는 다수 국민.관료를 소외.반대파로 만들어 스스로를 소수파로 전락시키는 졸수에 불과함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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