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년남성들 잇단 성추문에 긴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전 총선연대 대변인 장원(張元)씨와 산업연구원 이선(李)원장 등 사회지도층의 잇따른 성추문 소식에 구(舊)세대인 중년 남성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관행적으로 성희롱의 경계선을 넘나들어온 40~60대 남성들은 두 사건을 바라보며 "이제 몸조심해야 할 시대가 온 것 같다" 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얼마 전 동료 교수가 학내 성희롱 사건에 휘말려 정년퇴임을 몇년 앞두고 불명예 퇴임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교수는 "요즘 여교수나 여학생들을 대할 때 마음 속으로 한번쯤 생각해보고 말을 건넨다" 고 말했다.

PC통신에도 이같은 내용의 글들이 28, 29일 수백건씩 올랐다.

한 40대 남성들은 "여직원들과 동석하는 회식도 못하겠다.

차라리 만나지 않는 편이 낫겠다" 고 푸념했다.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공공기관.기업들은 '당신도 걸릴 수 있다' 는 경고와 함께 직장내 성희롱 방지 교육 프로그램을 서둘러 준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성희롱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특별위원회에는 29일 이와 관련한 공공기관의 문의 전화가 수십통씩 걸려 왔다.

가정폭력상담소.여성민우회 등의 상담소에도 민간기업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일양약품.현대자동차.태평양 등의 기업과, 경기도 광주군청.예산세무서.마산세관 등 공공기관들은 다음달 성희롱 예방 사내교육을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여성특별위원회는 현재 40여명인 강사를 다음달 중순까지 1백50명 선으로 확대할 방침이며 지난해 발간한 교육용 책자도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남녀고용평등법과 남녀차별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직장내 남자들의 성희롱 행태는 크게 줄지 않았다.

여성특별위원회가 직장 남녀 1천4백명을 상대로 실시, 29일 발표한 '직장내 남녀차별과 성희롱에 대한 의식조사' 에 따르면 남성 5.4%와 여성 16.1%가 아직도 성희롱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성희롱을 당한 여성의 43.9%가 상사.회사.외부기관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나타나 여성들이 과거처럼 혼자 속앓이하지 않고 적극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이제야말로 남성들이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남녀를 동등한 직장동료로 인식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무영.이철재.이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