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 실언 일본 내각 지지율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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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의 자민당 의원들은 지난 23일의 자민당 총무회에서 선거연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 걱정이 많다.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도쿄(東京).오사카(大阪)를 비롯한 대도시 지역 의원들의 위기감은 더욱 심하다.

하지만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는 '6월 2일 해산, 25일 총선' 의 일정을 재확인했다.

해산은 총리의 고유 권한이지만 공명.보수당과 합의한 일정을 늦추면 책임론이 일 것이란 것이 이유다.

이번 총선의 최대 쟁점은 모리의 자질문제다. 잇따른 실언과 "일본은 천황 중심의 신의 나라" 라는 발언에서 드러난 국가관과 역사인식은 자질에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모리는 26일 회견을 열고 불끄기에 나섰으나 문제 발언을 철회하지 않은 데다 논리가 서지 않는 바람에 불길을 더욱 키웠다. 회견에선 전례없이 대놓고 총리자질을 추궁하는 질문도 나와 총리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총리 자질시비는 고스란히 내각 지지율에 반영됐다. 마이니치(每日).요미우리(讀賣)신문 조사에서 지지율은 20%, 27.9%로 내려앉았다. 28일 후지TV 조사에서는 10%대로 추락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70%까지 치솟았다.

야당은 선거 초점을 모리의 자질에 맞추는 분위기다. 31일에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키로 한 것도 그 일환이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전 총리 입원 후의 불투명한 권력승계 과정도 야당에겐 더할 나위없는 호재다.

반면 자민당은 다음달 8일의 오부치 장례식을 상황반전의 계기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동정표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오부치의 차녀 유코(優子)를 공천한 것은 이와 맞물려 있다. 자민당은 또 개헌.안보 등 정책분야 논쟁을 유도하고 있다.

총리 자질시비를 잠재우고 유권자의 보수심리를 자극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책논쟁은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총선 시나리오는 세가지다. 첫째는 자민당(현 2백67석)의 현상유지나 승리다.

하지만 이번 선거부터 의석이 5백석에서 4백80석으로 주는 것을 감안해도 2백30~2백40석을 얻을 것으로 보는 분석가들은 없다.

둘째는 야당연합으로 정권이 넘어가는 경우다. 민주당의 대약진이나 자민당의 분열이 일어나지 않는 한 힘들다.

셋째는 자민당이 패하되 연정 파트너인 공명.보수당과 합친 의석수가 과반을 넘을 경우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다.

이럴 경우 모리의 퇴진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모리파가 승패 분기점을 2백15석으로 낮추려는 것은 퇴진을 막기 위한 포석이다. 자민당에서도 모리 체제를 이어가는 것은 부담이라는 공감대가 강해 퇴진론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벌써 언론들은 가토 고이치(加藤紘一)전 간사장,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전 후생상을 후임으로 거론하고 있다.

1989년 총리 취임후 섹스 스캔들이 불거져 참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우노 소스케(宇野宗佑)의 전철을 모리가 밟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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