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본 15대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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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통계상 15대 국회(1996년 5월~2000년 5월)는 역대 어느 국회보다 활발했다. 각종 최고기록을 양산했다.

국회가 문을 연 회기는 1천21일. 이는 13대(6백30일).14대(6백52일)를 크게 앞지른 숫자다. 접수된 법안은 13대(9백38건)나 14대(9백2건)의 2배가 넘는 1천9백37건에 달한다.

IMF 청문회 등 다섯차례의 국정조사도 역대 최다 기록이다. 특히 '옷 로비.파업 유도 의혹' 사건으로 특별검사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외형상 이런 기록들이 내실로 연결되지 못했다.

◇ 입법활동〓처리 법안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것은 IMF사태 여파로 입법 수요가 많았기 때문.

그러나 접수 안건 중 3백94건의 법안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폐기 안건은 13대의 1백62건, 14대의 1백51건에 비해 두배 이상이다. 그래서 '입법의 생산성' 이 높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5대에선 네차례 정기회, 30차례 임시회 등 34번 문을 열었다. '상시(常時)개원 국회' 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14대는 22회였다.

그러나 문을 열어 놓고 일하지 않은 공전(空轉)일수도 최고였다. 무려 2백86일이다. 이중 검찰 체포 영장을 막기 위한 '방탄(防彈)국회' 가 1백64일. 한나라당에 의해 단독 소집된 임시국회가 17차례나 됐다.

◇ 고비용 저효율〓법안 처리 건수와 의원들에게 소요된 경비를 비교하면 '고비용 저효율' 국회로 기록된다.

4년간 세비(歲費)와 의원회관 사무실 운영비, 보좌진 인건비로 의원 각자에게 직접 소요된 비용은 총 2천6백45억여원. 1인당 연간 2억2천만원이 들어갔다. 의원들이 발의해 통과한 법안(4백48개)으로 따지면 법안 한건당 5억7천여만원이 들었다.

◇ 당적 변경〓 '철새' 가 많았고, 재.보선이 자주 치러진 것도 특징. 신당 창당.당명 변경 등을 빼고, 한차례 이상 당적을 바꾼 의원 수가 85명이다. 그 가운데 3회 당적 변경이 3명, 2회 16명이었다. 전체 의원 중 28.4%다.

당선 무효.사망 등의 사유로 22곳 지역구에서 재.보선이 치러져 역대 국회 사상 최고를 기록. 35명이 임기 중 국회의원직을 잃었는데 11명이 선거법 위반과 뇌물수수 등에 따른 것이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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