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바위를 다섯 토막으로 잘랐다. 잘린 바위에는 정지용의 시(詩)를 새겼다. 바위와 바위 사이에는 금강이 흐른다. 금강은 지용의 시가 되어 흐른다.
충북 옥천의 ‘향수30리 시문학 아트벨트’가 ‘2009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영예의 대상(대통령상)을 차지했다. 올해로 4회를 맞는 공간문화대상은 일상 공간을 쾌적하고 살맛 나는 곳으로 개선한 곳을 찾아내 이를 격려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제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건축가협회가 주관하며 중앙일보가 후원한다. 올해 평가는 7월 말까지 응모한 전국 50곳을 대상으로 8월 말까지 기술평가 및 현장실사를 거쳐 이뤄졌다. 이중 ‘거리마당상’은 적절한 곳이 없어 아쉽게도 시상에서 제외됐다. 시상식은 15일 서울 옛 국군기무사령부에서 열리는 ‘2009 대한민국건축문화제’에서 거행된다. 수상작 사진 및 영상물은 같은 장소에서 22일까지 볼 수 있다.
글=정형모 기자
거리 간판·담벼락, 유원지 … 곳곳에 스민 시인의 숨결
▶대통령상 / 충북 옥천 향수30리 시문학아트벨트
충북 옥천의 장계관광지는 1990년대 이후 차츰 쇠락의 길을 걸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잊혀진 이름이었다. 폐허처럼 방치됐던 이곳이 다시 살아났다. 한국 최초의 모더니즘 시인으로 옥천 출신인 정지용(1902~50)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문학 테마공원’으로 변신한 것이다. 정 시인의 생가와 문학관이 있는 구읍에서부터 금강과 대청호의 수려한 풍광이 보이는 37번 국도를 따라 구 장계관광지까지 잇는, 이름하여 ‘향수 30리-멋진 신세계’다.
변신은 옥천군과 뜻있는 문화인을 중심으로 2년 전부터 시작됐다. ‘향수’로 유명한 시인의 감각적인 시세계를 화두로 삼아 건축가와 디자이너, 공무원과 지역 주민이 힘을 합쳤다. 옛날 읍 소재지와 소외된 길, 버려진 유원지를 재생하는 공간디자인 프로젝트였다.
구읍 주민들은 상호를 시어(詩語)로 바꾸고 담벼락엔 지용의 시를 적었다. 한적한 시골 버스정류소엔 시인을 떠올리는 거대한 책상과 의자가 설치됐다. 관광지 입구 쓸쓸하던 주차장에는 팩토리갤러리라는 요상한 건물을 지었다. 바닥에 레일을 깔아 사람들이 오는 낮에는 매표소와 전시장으로 쓰다가 밤이 되면 하나로 합쳐지는, 움직이는 집이다.
지용이 글을 쓰던 원고지를 형상화한 ‘모단 광장’, 시인의 시 ‘카페 프란스’를 재현한 휴식 공간, 거대한 바위를 다섯 개로 나란히 잘라 벽면에 시인의 일생과 대표작을 새겨 넣은 공간에는 시인의 혼이 살아 숨쉰다. 수몰된 마을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형상화한 ‘숨ㅅ기내기 산책로’는 실제로 1년에 일주일 정도 물에 잠기도록 설계돼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특히 방문객과 지역 주민을 위한 환경 및 예술교육이 펼쳐지는 ‘모단 스쿨’은 몽골 사람들의 천막 생활 체험 같은 다문화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내실을 기했다.
평가위원들은 “친환경적 공간 디자인을 통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문화관광지로 재생시켰다”(윤석우 한국건축가협회 명예회장), “문화 아카데미 등 지속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점, 특히 다문화 가정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강홍빈 서울역사박물관장)라며 대상 수상 이유를 밝혔다.
▶국무총리상
부평 문화의 거리
▶우리사랑상
대구 중구 ‘근대문화 골목’
▶누리쉼터상
김해 수릉원
▶두레나눔상
전주 양지중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