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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깜찍&깜짝…불황 잡는 아이디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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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 군대 분위기를 낸 이발소. 고객 마일리지가 쌓이면 계급과 서비스가 달라진다.[신인섭 기자]

▶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우산 가게 안에 차린 휴대전화 가게.

*** "작게" 3평 초미니 오피스텔, 가게 속 꼬마점포…

영종도 인천공항 신도시에 있는 여성전용 미니 하숙집인 코쿤하우스 인천공항 지점. 사용공간이 2평 남짓한 이 하숙집은 요즘 불황을 모른다. 42실 가운데 비어 있는 방은 많아야 한두곳이다. 하숙비가 주변의 70%(월 27만원) 수준에 불과해 생활비를 아끼려는 공항 면세점.항공사의 여직원들이 많이 찾는다. 안채연 사장은 "냉장고.침대.헬스시설 등 편의시설까지 갖췄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미니 바람'이 불고 있다. 작게는 1평, 커봐야 4~5평 규모의 원룸주택.오피스텔.상가들이 호황을 누린다.

서울 지하철 사당역 근처에 있는 다라실은 초소형 업무용 오피스텔이다. 지난 5월 임대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60실이 꽉 찼다. 전용면적 4~5평으로 주변 오피스텔의 절반 규모다. 다라실 윤청룡 사장은 "임대료(보증금 500만원에 월 40만~45만원)가 싸다 보니 강남 테헤란로 일대 오피스텔에 있던 중소기업이 많이 옮겨온다"며 "입주하려면 최소 1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옆에 들어선 평균 3평 정도의 코쿤피스(미니사무실)는 수요가 몰리자 지난달 확장 공사를 했다. 50개의 사무실을 갖춘 코쿤피스 가동률은 평균 90% 정도. 중소업체나 쇼핑몰 사업주들이 주요 수요층이다. 월 40만원을 받는 1인실(1.5평)의 경우 대기 수요자도 많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미니 원룸주택(3~5평 32실)의 평균 가동률은 90%를 육박한다. 이근희 관리인은 "다른 원룸주택은 공급과잉으로 방을 놀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은 보증금이 없고 임대료가 싸 대학생뿐 아니라 20~30대 직장인 수요도 많다"고 말했다.

상가시장에도 미니 점포의 강세가 뚜렷하다. 서울 강남이나 종로 일대에선 1~2평 규모의 숍인숍(Shop In Shop:가게 속 가게)이나 테이크아웃 커피점.꽃집.미니 카페 등이 많이 들어선다. 테헤란로에서 2평짜리 테이크아웃 꽃집을 운영하는 S원예 사장은 "실내 전시공간이 좁은 게 단점이지만 임대료가 싸 수익은 짭짤한 편"이라고 전했다.

박원갑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미니사무실 코쿤피스. 4~5평에 불과해 임대료가 싸다.

▶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의 편의점 안에 있는 약국. 전형적인 숍인숍.

*** "튀게" 군복차림 이발, 마술 카페, 공연 바텐더…

지난 19일 오후 3시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의 남성헤어커트 전문점 '못말리는 이발병'(2balman.co.kr).

벽에는 군화 등 군대 냄새가 물씬 나는 디자인이 돼 있고 미용사들은 군복 모양의 작업복을 입고 머리를 깎느라 분주하다. 메뉴판도 수통과 철모 모양이다. 고객 이경식(34)씨는 "매장 안 PX에서 건빵과 별사탕을 나눠 준다"고 말했다.

못말리는 이발병은 저가 남성 미용실(커트 5000원)에 군대 체험을 접목한 경우. 체인본부 디엔제이에프 김건식 사장은 "남성들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게 군대문화라는 점에 착안했다"고 말했다. 마일리지 카드로 이용실적에 따라 일병에서 장군까지 진급하며, 해당 계급에 맞는 무료 서비스를 한다.

불황에 튀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창업 사례가 늘고 있다.

삼겹살 업체인 '자수정삼겹살'은 외식업에 군대문화를 접목했다. 고객들이 원하면 매장 안에 있는 군복.철모.탄피.자동소총 등을 착용하고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이곳 역시 이용실적에 따라 계급이 올라가며, '상병'으로 진급하면 무료로 서바이벌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마술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곳도 있다.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보드카페 '겜플스'는 고객의 눈요깃거리로 한달에 한번 마술쇼를 펼친다. 테이블을 돌면서 고객과 함께하는 카드마술도 한다.

침구를 파는 '류근숙침장''(www.sewingcafe.com)은 매장에 '바느질카페'를 운영 중이다. 이곳은 반제품을 이용해 고객이 직접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서울 인사동의 '아루이 선'(www.arui.org/main.php)에선 전통 차를 즐기면서 명상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제이(EJ)바'는 '엔터테인먼트 자키(EJ)'라는 이색 바텐더를 선보였다. 고객이 홈페이지(www.ejbarkorea.com)를 통해 예약하면, EJ가 정해진 시간 동안 마술.게임.타로 등 퍼포먼스를 한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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