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의사] 고려대 안산병원 최종욱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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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난달 12일, 고대의대 안산병원장실에선 40~50대의 중년남자들이 찾아와 눈물을 흘리는 보기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그들은 최근 고대안암병원에서 이곳 병원장으로 부임한 최종욱원장에게 수술과 음성재활 훈련을 받았던 후두암환자들.

최원장이 유배(?)라도 당한 것 같은데다 행정을 하면 자신들과 거리가 멀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찾아왔다가 오히려 위로의 말을 듣고는 안도의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두경부암 분야에서 국내에서 명의로 손꼽는 최종욱(53)교수는 '환자 중독자'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환자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사람이다.

서류결재를 하다가도 환자가 부르면 달려가고, 진료시간을 뺏기지 않기위해 점심은 아예 초코렛 한쪽으로 때운다.

아침 7시면 출근해서 병실부터 찾아야 마음이 놓이고, 환자와 가족을 함께 만나기 위해 일요일에도 어김없이 병실에 나타난다.

"후두암 환자는 언어장애 뿐 아니라 호흡.음식섭취 등이 어려워 다른 암환자에 비해 환자관리가 까다롭다. 때문에 환자에게 조금만 소홀해도 상처를 받는다" 는 것이 그가 열일을 마다하고 환자를 찾는 이유.

가족과 환자의 갈등을 해소시키고, 사이비건강식품에 속아 가산을 탕진하는 것을 막는 것도 그의 일.

그가 현재 돌보고 있는 환자는 이 분야 국내 최다로 줄잡아 4천~5천명. 이중 매년 50여명이 그의 품안에서 운명한다.

"나를 용서해주세요. 최선을 다했지만 정성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가 헤어질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옆에서 돌봐드리겠습니다" 며 손을 잡으면 대부분 편안한 모습으로 임종한다는 것이 주변사람들의 말이다.

그는 장례예식장에 문상을 가 가족들을 위로하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환자들 사이에서 '죽음까지 동행하는 의사' 로 존경받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가 나름대로 정한 VIP환자는 청소.경비 등을 하는 저소득층 환자들. "주변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나 돈이 없기 때문에 더욱 나를 필요로 한다" 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흡연층이 젊어지고 있다는 사실.

그는 "떨림판 역할을 하는 성대는 다른 기관보다 통로가 좁고 점막이 얇아 담배연기에 취약하다" 며 "하루 한갑 이상씩 20년을 피우면 세포에 변성이 나타나기 때문에 10대 흡연층으로 인해 앞으로는 후두암 발생 연령이 크게 낮아질 것" 이라고 우려한다.

특히 술을 마시거나 자극성 음식을 먹으며 담배를 피우면 점막이 충혈돼 발암 촉매역할을 한다.

현재 국내에는 매년 2천명 가까이 후두암환자가 발생하며, 남자 후두암은 암발생률 5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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