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각 차제에 전면개편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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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부동산 명의신탁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태준(朴泰俊)국무총리의 사표를 신속하게 수리했다.

이는 남북 정상회담과 경제 위기설 등을 앞에 둔 상황에서 국무총리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을 겨를이 없고 도덕성 시비를 빨리 차단하기 위해서도 당연한 조치였다고 본다.

金대통령은 다음주 초 국무총리를 조기 지명하고 국회 동의 절차도 15대 국회 임기 중에 빨리 끝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중차대한 시점이어서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는 동안 서울을 지킬 국무총리를 지명해 두는 것은 합당하다.

다만 차제에 金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전체를 내다보는 보다 넓고 긴 안목에서 총리뿐 아니라 내각의 전면적인 개편을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또 내각 전면 개편도 가급적 서두르는 편이 좋다고 본다.

이미 시중엔 총리 인선과 관련한 여러 개각설이 나돌고 있고 소문의 초점은 대부분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 복원에 집중돼 있는 것 같다.

金대통령 주변에서도 국이른바 'DJP 공조' 정신을 확인하는 선상에서 선택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이것이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자민련은 선거 때 민주당과의 공조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국민에게 다짐했다. 이를 파기할 경우 그에 대한 역풍이 공조의 이점보다 더 강하게 불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재 자민련의 상황으로 봐서는 시중에 도는 소문처럼 이한동(李漢東)총재가 총리에 지명된다면 그의 거짓 다짐에 대한 비난 외에도 뿌리가 없는 그의 총리 입각이 곧 자민련의 공조를 보장해 주지도 않는다고 본다.

더군다나 이런 일들은 인위적 정계개편으로 간주돼 오히려 정국을 경색시키는 요인이 될 뿐이다.

지금 민주당 정부가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지금껏 추진해온 경제개혁 조치의 완성과 앞으로 정치개혁 등을 이뤄나가는 데 필요한 국민적 합의를 얻는 일일 것이다. 총리 인선이나 내각 개편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금 청와대와 정부는 내면적으로 많은 정책적 혼선과 관료적 레드 테이프로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지 않으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무책임과 무력함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나마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있는 경제위기의 터널을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런 현상들이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된다.

특히 정치개혁 등 산적한 개혁 과제들은 국회에서의 단순한 다수파 확보 이상의 국민적 지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金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구상을 앞당겨 다듬어 내각의 전면적인 조기 개편으로 개혁적 정치 수요에 대처해야 한다고 우리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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