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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뉴타운] 울주 천상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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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천상지구 주민들이 울산에서 최고의 명산으로 꼽히는 문수산을 산책하듯 오르고 있다.

울산시가지 남쪽끝 '삼호교 사거리'에서 왕복 4차로(24호 국도)를 따라 언양 방면으로 3~4분 달리면 왼쪽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나타나 눈길을 끈다.'천상'이란 표지판을 따라 국도에서 빠져나와 고가 다리를 건너면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천상리 마을 입구이다.도심이 지척이고,경관도 빼어나 울산시의 베드타운으로 각광받고 있는 뉴타운이다.

◆ 여건=문수산 기슭이 3면으로 에워싼 마을은 할인점 '해피마트'를 비롯한 상가, 천상복지회관, 범서초등학교 등이 아파트 단지들과 조화를 이루며 바둑판처럼 배치돼 있다.

입구에서 200m쯤 들어가니 동아.경동태원아파트 옹벽 사이로 문수산 골짜기에서 흘러온 물을 담은 연못이 나온다. 주민들이 한가롭게 낚시하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다.

송성찬 범서읍장은 "3~4년 사이 울주군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곳이 되면서 군에서 문화예술회관을 짓는 등 공들여 가꾸고 있다"고 자랑했다.이곳은 범서읍의 인구 49%가 모여 사는 중심지다.

◆ 주민=300여 가구가 논.밭.임야 사이로 부락을 이루며 살던 천상리는 1991년 7월 토지구획정리 사업이 시작되면서 변화의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 7월 이 사업이 완료되면서 5731가구 1만9208명이 거주하는 전원도시로 탈바꿈했다.

12만여 평의 천상리는 한라그린피스.벽산.극동.경동태원 등 231~564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 13곳과 이를 둘러싼 송현.천상.대동1리 등 58~176가구 규모의 단독주택 3곳으로 구성돼 있다.

주민의 3분의 2 가량은 석유화학단지 등 울산시내에 직장을 가진 직장인과 그 가족들이다. 나머지는 노후를 즐기려고 찾아온 퇴직자, 과수원.시설채소.벼 농사를 짓는 주민 등이다.

◆ 학원가=학교는 범서초등학교뿐이지만 내년 3월 천상초등.천상중학이 문을 연다. 재학생 2700여명의 범서초등은 수영장 등을 두루 갖춘 첨단 학교로 재탄생했다.

과외학습은 초등학생의 경우 속셈.태권도 등 대부분을 천상리 내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중고생들은 학원버스로 10여분 걸리는 울산시내 무거동.옥동까지 나가야 한다.

중고생들이 다니는 학교도 구영리의 범서중등 모두 3~20km쯤 떨어져 있다.

송정문 울주군의회 의원은 "천상리에 고등학교를 유치하는 게 가장 절박한 숙원사업"이라고 말했다.

◆ 편의시설=주민들이 첫째 자랑거리로 꼽는 것은 정상까지 4시간쯤 걸리는 문수산 등산코스. 오전 10시 무렵이면 주부들이 삼삼오오 모여 산을 오르거나 등산로 곳곳에 설치된 체육시설에서 운동을 하며 소소한 생활 얘기 꽃을 피운다.

지난해 완공된 군립 천상복지회관에는 체력단련실.도서대여실 등과 제빵.컴퓨터.발레 교실 등 40여 가지 강좌가 개설돼 하루 10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또 동아.경동태원 아파트 사이 연못을 중심으로 오는 11월 완공 목표로 수변공원이 조성되고 있고, 울주군문예회관(사업비 81억원).범서체육공원(65억원) 건립 공사도 곧 착공될 예정이다.

◆ 교통=24번 국도를 이용하면 자가용으로 20분 이내에 시내 중심가인 울산시청까지 갈 수 있고, 시내버스 왕래도 빈번하다.

마을 입구를 지나는 고속도로에도 울산~언양 시내버스 정류장이 있다. 3~5분만에 울산시내 신복로터리까지 갈 수 있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고속도로로 곧장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없어 아쉬워 하고 있다.

*** 윤선이 평천6리 이장

"울산으로 시집 온 뒤 15년째 앓아오던 두통이 말끔히 사라졌어요.아이들도 아토피성 피부염 증세에서 해방됐고요."

1999년 5월 천상리 벽산아파트에 입주한 윤선이(44.사진)씨. 19년전 SK에 다니는 남편을 따라 울산으로 오자마자 화학공단 공해로 두통에 시달렸다. 공기 좋은 곳을 찾아 옥동 등 4차례나 집을 옮기면서도 도심을 벗어날 엄두를 못내다 5년전 이곳으로 이사하면서 공해로부터 해방됐다.

그는 의외의 선물도 받았다. 둘째 아들이 울주군내 고교에 배정된 덕분에 지난해 수능 성적보다 합격선이 30여점이나 높았던 I대 생명공학과에 들어갔다.'농어촌 특별전형'덕분이었다.

천상리 13개 아파트 단지들은'OO리'(里)라는 이름을 따로 갖고 있다. 윤씨는 평천6리 이장으로 이웃들의 손발이 되고 있다.

그는 "시골 냄새가 풍기는 '리'라는 동네 이름 덕분에 옆집에 길흉사가 있으면 모두 내일처럼 돕는다"며 "아랫층에 누가 사는지 무관심한 도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철마다 경로잔치가 열리고 온동네 사람이 모여 체육대회도 즐긴다"는 그는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아 아쉽지만 훈훈한 인심과 쾌적한 환경은 더 귀중한 재산"이라고 활짝 웃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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