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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 살리자] 上.훼손실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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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가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토를 만들기 위해 수로변을 메우고 있고, 공공기관은 물을 대기 위해 개펄을 파려고 한다. 생태계의 보고(寶庫)인 주남저수지 훼손실태와 보존대책을 두차례 나눠 싣는다.

17일 오후 경남 창원시 동읍 월잠리 판신마을 앞 주남저수지 배수로 둔치. 중장비 1대가 서 있고 2천여 평의 늪지가 평평하게 골라져 있다.

훼손되지 않은 주변은 풀이 우거져 있지만 이 곳엔 풀 한 포기 없다. 이 마을 裵모(44)씨 등 주민 3명이 배수로 둔치를 논으로 만들려다 방치한 것이다.

裵씨는 지난 13일 구속되고 나머지 2명은 불구속됐다. 바로 곁에는 동읍~대산면간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6대의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움직이고 있다. 주변 곳곳에는 드럼통.흄관 등이 즐비하다. 수로에서는 새들이 굉음에 놀라 날아 오른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5백m쯤 떨어진 동판저수지 둑 주변도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

지난 2월 창원시의원 嚴모(65)씨가 중장비를 동원해 너비 10m.길이 2백m의 둑을 쌓고 매립을 시도하다 적발된 곳이다.

최근 주남저수지 배수로 둔치를 농지로 바꾸기 위해 훼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농업기반공사 소유이지만 일단 논으로 만들면 평당 5만~6만원에 경작권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경작권을 사는 사람은 농사를 짓고 있으면 불하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창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년 동안 이 같은 불법 형질변경 면적이 10만여 평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지역주민만 주남저수지를 훼손하는 게 아니다.

농업기반공사 창원지부는 지난 15일 주남저수지를 준설하기 위한 사업계획을 경남도에 냈다.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주천천 입구 수문 근처 저수지 내 흙 60만t을 파낸다는 것이다. 준설되면 철새 보금자리인 저수지 내 1만여 평의 갈대숲이 사라진다.

마.창 환경운동연합 林희자 사무국장은 "준설 작업은 철새 먹이인 수초와 물을 정화하는 왕버들 등을 없앤다" 며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게 최선" 이라고 말했다.

주남저수지는 또 불법 어로와 밀렵 행위로 신음하고 있다. 철새들은 밀렵꾼이 쳐 놓은 그물에 걸려 죽고 불법 어로로 먹이사슬이 깨지고 있다.

주남저수지는 경남 창원시 동읍.대산면 등에 걸쳐 있는 산남.주남.동판저수지로 이뤄져 있는 연면적 1백80만여평. 일제시대인 1943년 착공돼 51년에 완공됐다.

광할한 대산벌에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80년대 들어 낙동강 하구 을숙도가 오염되면서 철새들이 즐겨 찾으면서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유명해 졌다.

천연기념물인 큰고니.재두루미.노랑부리저어새 등 1백50여 종의 철새가 날아온다.

김상진 기자

[주남저수지 수난일지]

▶1995.7월〓육군 칠성사업단, 주남저수지 입구에 1천가구 아파트 건립

▶1997.1월〓갈대숲 방화사건

▶2000.2월〓창원시의원이 불법제방(너비 10m.길이 2백50m)조성

▶2000.5월〓농업기반공사 대규모 준설계획 발표, 불법으로 농토 만든 농민 2명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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