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학생은 ‘미래 친한파’인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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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탕예(唐燁). 그는 최근 한국 TV를 외면한다. 드라마에선 중국이 추한 모습으로 왜곡되기 일쑤고, 뉴스에선 중국산 짝퉁이 단골 소재로 오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매체는 중국 깎아내리기가 취미인 것 같다”며 “드라마 ‘카인과 아벨’에선 중국이 너무나 부정적으로 묘사돼 중국인 유학생 모두가 격분했다”고 털어놨다. 국내 체류 중인 중국인 유학생은 10월 31일 기준으로 6만4300명. 전체 외국인 유학생(8만3480명)의 절대다수인 77%를 차지한다. 이들의 한국 생활 최대 고민은 무얼까.

으뜸은 바로 한국의 편견이나 오해에서 비롯되는 ‘문화적 차이’(22.3%)로 나타났다. 한·중문화협회(총재 이영일)가 최근 한국 갤럽에 의뢰해 중국인 유학생 1000명을 조사한 결과다. 이들은 음식과 선후배 간의 관계, 술 문화, 중국인 무시 등을 가장 적응하기 힘든 한국의 4대 문화로 꼽았다.

한국은 대표적인 유학 역조국이다. 그러나 해외로 나간 한국인 유학생이 2005~2009년 사이 26.5% 늘어난 데 반해 같은 기간 국내의 외국인 유학생은 약 270% 증가했다. 이 기간 중국인 유학생 수가 무려 422%나 급증한 데 힘입은 것이다.

특히 국내의 중국인 유학생 상당수가 중상류층 출신으로 중국 내 영향력이 큰 편이다. 지난해 상명대에서 교내 중국인 유학생 2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1.1%의 상류층을 포함해 무려 93.7%가 중산층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앞으로 미국 유학생 10만 명을 중국으로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미·중 관계를 위해서다. "한국이 국내로 유학 온 중국인 유학생 6만 명부터 ‘미래의 친한파’로 만들 수 없다면 항후 한·중 관계는 뻔한 게 아닌가.” 이영일 총재의 말이다.

그러나 이들 중국인 유학생들의 한국 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문화적 차이 다음의 어려움으로 의료문제(17.4%)를 거론했다. 서울대 생활과학대의 진잉(金瑛)은 지난달 초 갑작스러운 현기증 때문에 학교 진료소를 찾았다. 의사는 정밀검사가 필요하다며 큰 병원을 권했다. 가까운 병원에서 몇 가지 검사를 받았고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진잉은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검사료 18만원을 지불해야 했다. 한 달 용돈의 절반이 날아간 셈이다. 중국인 유학생은 국내 지역가입자 평균 부담액의 절반을 내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진잉과 같이 미가입 학생이 절대 다수다. 조사 결과 “보험비가 비싸다”는 학생이 64.5%, “보험에 어떻게 가입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학생도 55%로 절반을 넘었다.

학교 생활 중에선 부족한 한국어 실력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조사됐다. 59.9%가 한국어를 알아듣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으며 이로 인해 57.4%가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고 대답했다. 한국어 교육에 대해서 이들은 “한국어 연수 비용이 비싸다”(52.6%), “소속 대학의 한국어 교육이 부실하다”(45.7%)고 불만을 토로해 한국어 교육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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