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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프랑스, 극을 넘은 10대 범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5월에는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가정의 달' '청소년의 달' 행사를 벌인다. 그러나 지구촌은 지금 청소년 범죄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29년 프랑스 작가 장 콕토는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이라는 소설에서 기성세대에 도전하는 젊은 세대를 그렸지만 지금의 청소년들은 이미 콕토가 상상한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인 것이다.

미국과 일본·유럽의 청소년 문제 실태와 각국의 대책을 정리해본다

◇ 일본〓잇따르는 청소년들의 '이유없는 살인' 에 일본 열도가 뒤숭숭하다.

지난 1일 아이치(愛知)현 도요카와(豊川)시에서는 17세 고교생이 64세 주부를 칼로 40군데나 마구 찔러 살해했다.

범인은 명문대를 지망하는 사립고의 최우등생이었다.

그는 "어느 정도의 타격으로 사람이 죽는지 알고 싶었다" 고 태연스레 동기를 말했다.

이틀 뒤인 3일 후쿠오카(福岡)현에서 고속버스를 납치해 승객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것도 17세 소년이었다.

그는 버스를 납치했고 젊은 승객들이 문을 열고 탈출할 때마다 남아 있는 승객들에게 "연대책임" 이라며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이미 숨진 68세 할머니에게 발길질을 하고 시체의 사진을 찍었다.

지난해 1월 니가타(新寫)현 오지야(小千谷)시에서는 고교 3년생(18)이 71세 된 할머니를 살해한 뒤 4개월 만에 자수했다.

동기는 "그냥 살인을 해보고 싶었다" 는 것. 지난해에는 또 교토(京都)에서 한 소년이 아무런 이유없이 교정에서 뛰놀던 초등학교 2학년생을 흉기로 살해한 뒤 자살했다.

일본의 청소년 살인사건은 ▶특별한 동기가 없고▶자신보다 약한 노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데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 유럽〓프랑스 검찰은 올초 파리 근교의 쥘페리 중학교 3학년생 3명을 '살인 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은 스페인어 숙제를 대신하도록 강요하는 것을 교장에게 일렀다는 이유로 후배를 3m 높이의 계단 아래로 밀어 떨어뜨렸다.

프랑스 북동부 롱위에서는 몇몇 학생이 급우의 팔을 담뱃불로 지지고 흉기로 찌르는 등 오랫동안 고문을 가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학기 중학교에서만 2만여건의 폭력행위가 신고되는 등 학교 폭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혼모의 급증도 유럽 각국의 커다란 골칫거리다.

프랑스의 경우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10대 여학생들이 매년 1만여명에 달한다.

영국 역시 비슷한 수치다.

양국 정부는 고육책으로 올해부터 피임약을 의사의 처방전 없이 양호실을 통해 나눠주도록 했다.

◇ 미국〓성범죄는 줄어드는 대신 마약과 총기문제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미국에선 한 해 4천명 정도가 총에 맞아 숨지고 이 중 약 10%가 청소년들의 범행이다.

지난해 4월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교에선 학생 2명이 총을 난사해 교사1명과 학생 12명을 살해한 뒤 자살했다.

이들은 미리 녹화해둔 비디오에서 "우리는 2백50명을 죽이려고 한다.

앞으로 감독들이 우리 이야기를 서로 영화로 제작하려고 다툴 것" 이라고 말했다.

올 2월엔 미시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6세짜리 남학생이 삼촌의 권총을 들고 와 전날 자신과 다퉜던 같은반 여학생을 쏴 죽였고 4월에는 워싱턴의 한 동물원에서 10대들이 패싸움 끝에 권총을 난사, 어린이 1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하는 등 미국의 청소년 총기범죄는 극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뉴욕〓신중돈.도쿄〓오영환.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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